중국 '바오치' 시대 종말…4반세기만에 최저 성장
중국 바오치(성장률 7%) 종말…4반세기만에 최저 성장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위태롭던 중국 '바오치'(성장률 7%) 시대가 19일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201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9%, 1990년 3.8% 이후 25년만에 7% 아래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 성장의 동력이 돼 온 제2 경제대국이 질주를 멈췄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GDP는 67조6708억 위안(약 1경2423조원)이다. 전년보다 6.9%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와 2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7.0% 성장을 유지했지만, 3분기에 6.9% 성장에 이어 4분기에는 6.8%로 떨어진 결과다. 4분기 성장률은 2009년 1분기 6.2% 이후 7년만에 최저치다.
산업생산 증가는 6.1%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1차산업이 3.9% 증가하며 전년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경제의 핵심인 2차산업은 전년보다 1.3% 빠진 6.0% 성장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 성장 둔화의 원인이 제조업의 침체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경제로의 체질 전환을 추진하며 공을 들여온 서비스업, 즉 3차산업은 8.3% 증가했다. 전년보다 0.2% 늘어난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체질 전환에 실패, 경착륙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4분기 통계는 특히 주목된다. 올해 중국 경제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분기 GDP 성장률 6.8%는 시장 전망치인 6.9%를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이유다. 투자 역시 올해 전망과 직결된다. 지난해 고정자산 투자액은 55조1590억 위안(약 1경120조원)으로 역시 시장 전망치 10.2%보다 낮았다. 다만 2차산업 투자액은 8.0% 늘고, 3차산업 투자액이 10.6% 늘어나 서비스 산업으로 중심축이 이동 중이다. 부동산 개발 투자액은 9조5979억 위안으로 1.0% 늘어났다.
3차산업의 성장과 함께 소매판매가 전년보다 10.7% 늘어난 30조931억 위안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년도 증가율 12.0%에는 미치지 못했다.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1.4% 증가해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식품이 2.3%, 의류가 2.7% 증가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차산업의 위축으로 대외무역의 하락세가 뚜렸했다. 지난해 수출입 총액은 24조5849억 위안(약 4500조원)으로 전년보다 7.0%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이 14조1357억 위안으로 1.8% 줄어든 반면, 수입은 10조4492억 위안으로 13.2%나 하락했다. 무역수지는 3조6865억 위안으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말 중국의 통화량(M2, 광의통화 기준) 잔액은 139조2300억 위안(약 2경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늘어났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인하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막대한 부채로 인해 경기 부양 효과는 미약했다. 지난해 취업인구는 7억7451만명으로 전년말에 비해 198만명이 늘었다. 이중 도시 취업인구는 4억410만명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고속성장을 해 왔다. 중간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이듬해인 1990년에 3.5%로 성장률이 급락했고, 외환위기가 아시아를 휩쓸고 지나간 1999년에는 7.5%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에도 9.2%로 성장이 급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위기는 앞으로 성장률이 반등하지 못할 것이란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중국은 1992년 14.3%, 2007년 14.2%, 2010년 10.2%로 바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올해 이후 중국 경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5%대 추락을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부정적 전망에 반발하고 있지만 역시 더이상의 고속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인정한 상태다. 내수경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