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융

창업도 쉽지 않다...전 치킨집사장 30대 회사원의 고백

메트로신문 2015. 11. 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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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창업기업 업력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

#. 회사원 박상기씨(33)의 심정은 초겨울 날씨 처럼 서늘하다. 박씨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두 번 취업했다. 지난 2010년 대학을 나와 취직을 준비하던 박씨는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냈지만 최종 합격자 발표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결국 원하는 수준의 회사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눈높이를 맞춰 조금 작은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던 그는 2012년 창업을 결심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 조금 앞서 퇴직한 아버지의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에 주택보증 담보대출을 보탠 박씨는 경기도 분당 수내동에 작은 치킨집을 차렸다.

매장이 아주 작은 소규모 창업으로 홀은 없고 배달과 포장을 전문으로하는 가게였다. 박씨는 아버지와 함께 배달을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던 여동생은 어머니를 도와 가게에서 닭을 튀기고 포장손님을 받았다. 주변에 학원가가 있어 온가족이 종일 매달리다 보니 어느 정도 매출이 나왔다. 월드컵 특수도 한몫 거들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주변 상권에 대형 치킨체인점이 하나둘 들어서고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결국 인건비도 안 나올 지경이 되자 박씨는 3년 만에 가게를 접었다. 그리고 전 회사 지인들의 도움으로 직장에 복귀해 근무 중이다.

▲ 창업기업 지역

박씨의 경우처럼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창업으로 눈을 돌려 보지만 녹록지 않은 게 우리사회 현실이다. 청년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인 셈이다.

17일 중소기업청·창업진흥원의 '창업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창업자는 24만3275명이었다. 조사 대상범위는 전국 17개 시·도 중소기업 중 창업에서 제외되는 업종 이외의 전 산업을 영위하는, 사업개시 7년 이하 기업체다.

30대 창업자는 40대(57만2140명)와 50대(57만8880)에는 못 미치지만 60대 이상 창업자(24만4369)와 비슷한 규모다. 20대 이하 창업자(2만2817명)를 더하면 60대를 웃도는 수치다. 30대 창업자의 66.5%는 남성, 33.5%는 여성이었다. 

2013년의 경우 전체 창업자 163만8739명 중 30대는 23만9754명으로 14.6%의 비중을 차지했다. 60대 이상 창업자(22만2016명, 13.5%)를 넘어서는 수치다. 20대 창업은 2만2954명으로 1.4%를 나타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54만7154명(33.4%)과 60만6861명(37.0%)으로 집계됐다.

2014년 기준 창업 전 미취업상태는 67.6%, 취업은 32.4%로 조사됐다.

창업 전 근무기관은 국내 중소기업이 67.1%, 국내 대기업이 8.2%로 나타났다. 창업당시 근무형태는 전업창업이 57.8%로 가장 높았고, 창업 이전직업 휴직 20.7%, 창업 이전직업 겸직 20.5% 순으로 집계됐다. 

창업 준비에는 평균 7.7개월이 걸렸다. 창업 장애요인으로는 자금 확보의 어려움이 74.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두려움 30.2%, 경제활동(생계유지)문제 21.7% 순이었다. 

창업자가 창업교육 경험이 없는 경우는 81.2%에 달했다. 창업 시까지의 자금조달 규모는 평균 2억2861만원이 들었다. 자기자금이 80.0%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은행·비은행 대출이 12.1%로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창업기업 당 자본은 1억6933만원, 부채는 3억4193만원으로 조사됐다. 매출액은 평균 5억7338만원, 영업이익은 5839만원이었다. 

업력은 1년차 기업이 24.7%, 6~7년차 기업이 8.0%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종은 도매 및 소매(29.8%)와, 숙박 및 음식점(27.5%)이 가장 많았다.

▲ 창업자 연령 및 학력

무역협회에 따르면 창업 3년 후 생존율은 2013년 기준 41%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수(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신규 사업자의 75.2%는 설립된 지 평균 5년 안에 폐업했다. 

벤처설립 후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는 사업자는 8.2%에 불과했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폐업의 이유로는 ‘장사가 잘 안 돼서’기 32.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가 안 좋아서’라는 13.6%로 뒤를 이었다. 

기술창업의 경우 생존율은 1년 84% → 3년 55% → 5년 39%로 떨어졌다.

폐업 요인은 ‘판매부진(49.3%)’, ‘판매대금 회수지연(11.5%)’, ‘거래기업의 도산(8.9%)’ 순으로 나타났다.

판매부진 근본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시장 위축(50.5%)’과 ‘동종업체간 과당경쟁(31.0%)’이 가장 컸다. 

청년층이 취업이나 창업에 실패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학자금 등의 이유로 고금리 대출에 손을 대면서 신용불량자가 될 위기에 놓인 20대는 해마다 6000명이 넘는다. 

올해 3·4분기에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1957명으로 전체 신청자의 10.8%에 달했다. 이에 앞서 20대 청년 2만명이 채무불이행 상태인 채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는 통계도 나온 바 있다. 

계약직, 인턴, 시간제근무 등은 청년 실업률을 떨어트리나 실질적인 대안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창업으로 눈을 돌리면 위험도는 올라간다. 

창조경제연구회의 대학생 창업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용불량위험을 감수하고 창업을 하겠다는 응답은 10.5%에 불과했다. 

신용불량위험이 제거될 경우 창업하겠다는 대학생은 69.4%로 올라갔다.

앞서 국회에서는 기술력과 경쟁력을 가진 창업 인재를 신용불량자로 전락시킬 수 있는 연대보증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업이 실패하면 연대보증을 선 기업경영자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제도에서는 7전8기의 성공신화가 불가능하고 청년창업의 의욕을 떨어뜨린다"고 촉구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도 재벌 및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뿐 정작 창조경제를 주도해 나가야 할 중소 및 벤처기업에 절실한 정책은 외면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지원법을 통해 우수인력들이 7전8기 정신을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창업 5년 이내 기업의 연대 보증을 완전 폐지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 창업기업 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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