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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리뷰-바닷마을 다이어리] 마음과 마음 사이를 스며드는 위로

메트로신문 2015. 12. 17.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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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티캐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부모와 자식으로 이뤄진 완벽한 공동체가 아닌, 어딘가 균열과 상처를 지닌 관계로 그려진다는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의 네 남매는 어머니의 버림을 받았고,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쌍둥이 형제는 부모의 이혼으로 헤어졌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한 병원에서 태어나 부모가 뒤바뀐 두 아이의 이야기였다. 

신작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이와 비슷한 가족이 등장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세 자매 사치(아야세 하루카), 요시노(나가사와 마사미), 치카(카호)다. 도쿄인근에 위치한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에서 살고 있는 이들 세 자매는 15년 전 자신들의 곁을 떠난 아버지의 장례식 소식을 듣는다. 그 사이 재혼을 두 번이나 더 한 아버지는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스즈(히로세 스즈)를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다.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티캐스트

영화는 세 자매가 이복동생 스즈와 처음 만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장녀인 사치는 스즈에게 가마쿠라에서 함께 살자고 권한다. 중학생이지만 어른스러운 스즈로부터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된 네 자매의 일상은 언뜻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아버지에 대해, 혹은 어머니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불편함이 넌지시 숨어 있다. 시간이 갈수록 네 자매는 여전히 봉합되지 않은 가족 사이의 상처를 조금씩 마주하게 된다. 

가족 사이에서 생겨나는 상처는 유난히 더 아프다. 친밀한 만큼 상처도 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족 사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봉합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과 힘든 과정이 필요하다. 때로는 많은 눈물과 감정의 폭발이 수반된다.

그러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러한 가족의 상처를 억지로 헤집지 않는다. 서로의 마음이 잠시나마 맞닿을 때 상처는 치유될 수 있음을 믿는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그는 매 작품마다 인물에게서 거리를 두면서 관객 스스로 그 인물의 마음을 헤아리게 만든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 그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지닌 힘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에서도 이런 연출이 빛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들 네 자매가 지닌 상처와 감정을 억지로 폭발시키지 않는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사치와 스즈가 각자 아버지와 어머니에 대한 불만을 살며시 드러낼 때, 매실주를 잘못 마시고 취한 스즈가 의붓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털어놓을 때, 그리고 스즈의 속마음을 알게 된 동급생 후타가 막내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을 때,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 그러나 잠깐이라도 그 상처를 보듬어 안을 수는 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지닌 따뜻함과 위안은 여기에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사계절의 변화가 오롯이 기억에 남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를 만들면서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시간은 직선적으로 보이지만 돌고 도는 것이기 하다"며 "시간의 축적이 아름답고 풍성하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기처럼 소소한 삶을 담고 있지만 감정의 여운은 깊다. 12세 이상 관람가. 12월 17일 개봉.

▲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티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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