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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캣우먼] 현실직시일까, 포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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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캣우먼!

8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입니다. 제주도에서 살다가 더 넓은 세상에서 멋진 인생을 살고 싶어 대학 때 상경했지만 서울 생활은 정말 힘들게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았죠. 진로고민 끝에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서울에서 취직하려 했는데 대학원 네 군데 모두 불합격했어요. 참 제가 모자람을 느꼈습니다. 제 꿈은 석사를 마치고 좋은 곳에 취직해서 쾌적한 집에서 여유로운 서울 생활을 하는 것이었는데요, 요즘은 일찍 접고 제주도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이상 고생하면서 살고 싶지 않거든요. 한편 너무 일찍 지쳐버린 게 아닌가, 조금 더 힘내서 대학원 한 번 더 지원해야지 하는 마음도 있구요. 캣우먼이라면 어떤 쪽을 선택하나요. (행복꾸미)

Hey 행복꾸미!

우선 서울의 멋진 인생 vs 제주도의 소박한 일상,이라는 구도에서 벗어나요. 두 개 중 어느 것이 낫다라고 말하기도, 반드시 대비된 개념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멋짐'이나 '소박한 행복'이 정확히 뜻하는 것이 뭔지도 잘 이해가 안 갑니다. 처음 멋져 보이는 것들은 이내 다른 것들을 포기하고 치른 처절한 대가임을 알게 되고 소박한 행복은 젊은이에겐 욕망의 정지라는, 어찌 보면 정신의 사형선고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개별적이고 촘촘한 인생살이는 여행가이드북의 단순화된 카피가 아닙니다. 당장 현재 서울 생활에 실패했다고 느껴 서울 생활을 뭔가 인간적이고 소중한 것을 잊고 사는 곳,이라고 나쁜 놈 취급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이해는 가지만, 공정하지 않고요, 제주도생활을 재도전하지 않을 구실로 미화시키는 건 스스로를 속이는 처사가 아닐까 우려됩니다. 우선 지금은 생각했던 길이 다 막혀 충격을 받아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니 몸과 마음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우선입니다. 제주도 집의 가장 큰 효용가치는 회복과 치유이니 그걸 십분 활용하십시오. 그리고 새로운 동기부여를 서울이니 제주도니 장소에서 찾을 게 아니라 내 안에서 되살아나도록 지켜봐야죠.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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