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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박중훈 "캐스팅 번번이 거절당할 땐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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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차 배우 박중훈(47)이 감독이라는 새 직함을 달고 대중 앞에 선다. 24일 개봉될 영화 '톱스타'를 통해서다. 연출뿐 아니라 각본까지 직접 맡아 연예계 뒷 이야기를 리얼하게 담아낸 그는 "지금 꼭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에 도전했다"고 감독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 과거 관심사는 오로지 개인적 성취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30년 가까이 톱스타로 살면서 수십 편의 영화를 내놨지만 어느 때보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오랜 기간 배우 생활을 했기에 결과를 받아들이는 훈련은 돼 있는데, 이번만큼은 부담이 돼요. 감독은 최종 결정권자인 동시에 책임자니까요. 내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도 부끄럽고, 기본이 안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봐 걱정도 컸죠. 안 쓰던 근육을 쓰면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처럼요."

이 영화는 연예계를 배경으로 성실하고 우직한 매니저 태식(엄태웅)이 우연히 오랜 배우의 꿈을 이루고 톱스타가 되지만, 점점 커져가는 욕망으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그려냈다.

특히 영화는 일명 '협찬배우'로 불리는 끼워팔기 캐스팅, 원준(김민준)의 음주운전 뺑소니 사건 등 실제의 사건과 인물을 떠올리게 하는 에피소드를 넣어 리얼함을 더했다.

"연예계는 정말 치열한 곳이죠. 성공에 대한 욕망이 큰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 같아요. 예전 내 관심사도 인기와 돈·명예 등 오로지 개인적인 성취였어요. 그로 인해 본의 아니게 상처받은 사람이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죠. 태식은 내 20~30대의 모습이랍니다."

   
 

◆ 5년 구상·2년 6개월 시나리오 작업

마흔 전까지만 해도 감독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답습하는 느낌을 받아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때서야 비로소 직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박중훈의 5년간의 구상과 2년 반의 시나리오 작업 끝에 탄생했다. 다행히 이달 초 열린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는 등 감독 데뷔작으로는 손색 없다는 평을 받았다.

"한 분야의 주연을 20~40대까지 30년 가까이 했으면 함량 미달의 작품을 내놓으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감독을 판사라고 치면 배우인 난 변호사를 28년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그래도 테크닉적으로는 약할 수밖에 없어서 배우로서 제가 가장 잘하는 인물의 감정 전달에 중점을 뒀죠."

배우 출신 감독이라는 점은 영화를 더욱 섬세하게 연출하는데 이점이기도 했다. 특히 배우였던 경험을 활용해 출연진들의 연기를 최상으로 이끌어내는 데 탁월했다.

"배우 출신 감독 앞에서 연기하는 게 어려웠을 거라는 걸 이해해요. 그래서 서로 교감을 많이 하려고 노력했죠. 한편으로는 배우 출신 감독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에 잠깐이라도 나오지 않은 이유는 제 감정이 아닌 생각만을 철저히 보여주고 싶어서 였죠."

   
 

◆ 두 번째 작품 기회 된다면 OK

영화를 연출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묻자 의외로 캐스팅을 꼽았다. 태식 역을 처음엔 20대 배우로 생각하고 캐스팅을 시작했는데 번번이 거절당하자 30대로 다시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촌스러움과 광기를 오가면서도 기본적으로 선한 이미지의 배우가 누가 있을까 떠올리고는 1순위로 엄태웅을 찜했다.

"늘 캐스팅 의뢰만 받다가 배우에게도 아니고 매니저에게 대신 거절당하는 과정을 여러 번 겪었더니 그야말로 '멘붕'이 왔어요.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정말 울고 싶었죠. 항상 웃고 있어서 별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여도 지난 2년 반은 고통스러웠어요. 올림픽 선수들이 10분을 보여주기 위해 4년을 치열하게 연습하듯 저 역시 그랬죠."

이제 남은 것은 이번 영화에 대한 관객의 반응과 앞으로 박중훈 감독의 또 다른 작품을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중훈은 "내 이야기를 두 번 하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감사하게도 두번째 작품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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