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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수박껍질은 세계의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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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껍질은 훌륭한 반찬이다. 고추장 양념과 참기름, 식초 등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수박 향기와 아삭아삭한 식감이 어울러져 여름철 입맛을 자극하는 수박나물이 된다.


수박 나물은 보통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껍질마저 버리기 아까워 나물로 무쳤을 것 같지만 사실 역사와 전통이 꽤 깊은 음식이다. 그것도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과 서양에서 모두 즐겨 먹었다.


우리는 진작부터 수박껍질을 반찬으로 이용했는데 19세기 중반의 실학자 이규경은 사람들이 보통 수박껍질을 쓸모없다고 버리는데 항아리에 담아 장을 담그면 무김치처럼 좋은 반찬이 된다고 했다. 조선 후기에 수박 나물을 반찬으로 먹었다는 이야기다.

 

중국은 진작부터 수박껍질을 음식으로 활용했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는 수박껍질이 약재로 실려 있는데 껍질 역시 수박처럼 열을 식히고 갈증을 멎게 하며 소변을 돕는다고 나온다. 이렇게 약효가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지 중국에는 수박껍질을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 적지 않다. 돼지고기와 버섯, 수박껍질을 섞어서 볶기도 하고 우리처럼 무치기도 하며 때로는 김치처럼 절여서도 먹는다.


서양에서도 진작부터 수박껍질을 요리에 활용했다. 오이를 식초에 절인 오이 피클처럼 수박껍질로도 피클을 담는다. 예전 미국 남부에서 흑인 요리사들이 발달시킨 음식이라고 한다. 미국의 수박껍질 피클은 19세기 초반의 요리책에도 실려 있으니 문헌에 실린 시기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보다도 빠르다.


19세기 후반인 1881년 발간된 「남부의 옛날 요리」라는 책에도 수박껍질로 피클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노예출신인 피셔부인이 구술했다는 책으로 흑인이 쓴 최초 요리책으로 알려져 있다.


상큼한 수박나물이 우리뿐 아니라 중국과 서양에도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게다가 19세기 이전의 옛날부터 먹었다는 사실도 의외다. 요즘 과일가게에 수박이 많이 보인다. 먹고 난 껍질도 재활용하면 입맛을 북돋울 수 있다.


/음식문화평론가

  

  

  메트로신문(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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