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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기자수첩]쌍용건설, 망가졌는데 망가뜨린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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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중인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여부가 연일 이슈다. 쌍용건설은 대기업 계열의 건설사를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스스로 '해외 고급건축 시공실적 1위'라고 자부할 만큼 해외시장에서 인정받는 업체다. 또 최근 주택법 개정안 통과로 활성화가 기대되는 아파트 리모델링 부분에서도 업계 1위를 자랑한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의 쌍용건설이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선 상태다. 상장폐지와 함께 법정관리가 유력시되고 있다. 문제는 법정관리에 따른 부작용이 이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는 곧 협력업체 1400여 곳의 줄도산과 국내 150여 개 사업장의 공사 중단, 해외수주 취소 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물론, 최근 예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처럼 쌍용건설의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은 게 확실하다면 시장논리에 의해 더 이상의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법정관리로 가는 게 옳은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협력업체의 줄도산까지 감수할 만큼, 쌍용건설의 존속가치가 형편이 없는 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실사 결과를 두고 공정성 시비도 제기되고 있다. 올 초 삼정KPMG가 존속가치 8000억원, 청산가치 4300억원으로 평가한 것과는 달리, 예일회계법원은 존속가치 3060억원, 청산가치 3100억원으로 실사 결과를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설사 예일회계법인의 평가 결과가 맞다 하더라도 존속가치가 높았던 쌍용건설이 1년도 안 돼 청산가치가 높은 회사로 망가지는 사이 채권단과 채권단이 파견한 자금관리단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워크아웃 이후 부실이 심해졌다면 사실상 경영을 맡아온 채권단이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쌍용건설 위기의 1차적 원인은 경영진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잇단 헛발질로 제때 매각을 하지 못해 회사 부실을 키우고도 나 몰라라 하는 중이고, 군인공제회는 비협약채권단이라는 타이틀 뒤에 숨어 공사대금 계좌에 가압류를 거는 등 쌍용건설을 사지로 몰고 있다.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의 '해외 고급건축 시공실적 1위'이자 '리모델링 업계 1위'의 쌍용건설이 망가지고 있다. 그런데 직간접적으로 원인을 제공한 캠코, 군인공제회, 채권단 그 누구도 쌍용건설을 망가뜨렸다고 책임지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다. 쌍용건설의 법정관리 논란이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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