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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사무실 같은 '회원제 카페'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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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에서 일을 하는 코피스족을 겨냥해 프린터나 노트북 등을 대여하는 '디지털 코피스' 카페가 골목을 파고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내 '카페큐브'의 모습. 1인 테이블과 1인 소파를 둬 일하기 좋게 꾸며 놓았다. /디큐브시티 제공
# 오전 8시,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 중인 김연우(34)씨가 집을 나선다. 동네 카페로 '출근'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창업비용을 줄이려고 사무실을 빌리는 대신 집 근처 '디지털 코피스' 정기권을 끊어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카페에 앉아 노트북 작업은 물론, 제안서 프린트까지 할 수 있으니 웬만한 오피스텔 부럽지 않다. 김씨는 "거주공간과 작업공간을 분리하고 싶어 카페와 스터디룸을 전전했는데 눈치가 보이거나 시끄러워 불편했었다"며 "간단한 집무 환경이 갖춰진 데다 소란스럽지 않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도 마음에 쏙 든다"며 만족해했다.



카페에서 일이나 공부를 하는 '코피스(coffee+office)'족 사이에 최근 '디지털 코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린터나 스캐너, 컴퓨터처럼 사무실에 꼭 필요한 디지털 기기를 구비해두는 것은 물론이고 오랜시간 한 자리에 앉아 작업하기 쾌적한 환경으로 만들어 놓아 벤처기업이 나눠 쓰는 공공 사무실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시티 내 라이브러리카페 '카페큐브'는 전 좌석이 1인 테이블과 1인 소파로 꾸며져 있다. 최신형 복합기가 놓여있는 것만 빼면 도서관 카페의 모습이다. 한달 단위 회원제로 운영해 멤버십 가입시 500여 권의 책과 8종의 원두커피, 각종 음료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카페큐브 관계자는 "하루 평균 50여명의 손님이 방문해 4시간 정도를 이곳에서 보낸다"면서 "프리랜서부터 작가, 대학생 등 자신만의 작업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서울 창천동에 위치한 카페 '오래있어도 괜찮아'는 아예 이름부터 편히 눌러 앉았다 가기를 권한다. 창문과 기둥을 보고 한 명씩 앉게끔 배치된 의자는 수다가 아닌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인근 대학생들의 아지트나 다름없다.

서교동에 자리한 '오타치는 코끼리'는 마주보는 자리마다 파티션이 쳐져 있다. 정기권을 끊으면 간단한 소지품을 두고 다닐 수 있는 사물함을 무료로 제공한다.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스탠드 조명을 비롯해 노트북·아이패드 등 디지털 기기를 대여해 쓸 수도 있다.

◆일반 카페보다 비싼 건 '자릿값'

코피스족들에게 디지털 코피스의 등장은 반갑다. 코피스족들이 나타난 2009년 이후 머물기 좋은 카페들이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카페 주인들의 눈총을 받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실제로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코피스족들의 필수 아이템인 전원 콘센트를 매장에서 없애버리기도 했다.

소위 '자릿값'인 음료 가격은 대부분의 디지털 코피스가 일반 카페에 비해 2000~3000원 가량 비싼 편이다. 노트북이나 아이패드 대여비를 따로 받거나 정기권을 판매하는 형태로 고정 수익을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진출하는 프랜차이즈 카페와 달리 조금 깊숙한 골목길에 있어도 이용객들이 꾸준히 찾아온다. 짐을 두고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지 않도록 자체 규칙을 만드는 등 일반 카페와 다른 '이용 방법 가이드'도 이색적이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동네마다 카페가 너무 많이 생기고 있어 고정적으로 손님을 끌 수 있는 운용방식이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업무공간과 생활공간을 분리하고 싶어하는 1인 사업자들이 늘면서 집무 편의를 제공하는 전문 디지털 코피스의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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