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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송강호 "'괴물'처럼 날 흥분시킨 '설국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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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후배들에게 최고 흥행 배우 자리를 내줬지만 송강호(46)의 저력은 여전히 막강했다.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 에드 해리스 등 세계적인 톱스타들과 함께 탑승한 '설국열차'가 지난달 31일 개봉 이후 나흘동안 전국에서 251만981명을 불러모았다. 극중 열차의 보안 설계자 남궁민수 역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송강호는 명불허전의 강한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 꿈의 프로젝트…봉준호 '무한신뢰'

이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8년간 품어온 작품이다. 송강호에게도 오랜 기간 마음 속에 담아 둔 꿈의 프로젝트다.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오래 전부터 출연을 합의한 그는 "봉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왔다"고 털어놨다.

"'괴물'이 그랬듯이 '설국열차' 또한 배우들이 상상하기도 힘든 독특한 작품이죠. 일반적인 한국영화 시나리오를 보면 틀이 정해져 있잖아요. 깡패 아니면 형사. 제가 그랬고, 한국의 남자 배우라면 다들 한 두 번씩은 경험하는 캐릭터죠. 그런 점에서 '설국열차' 출연은 저를 흥분시킨 놀라운 시도였죠."

송강호는 '괴물'에서 부녀로 호흡을 맞췄던 고아성과 함께 참여했다. 수많은 출연진 가운데 한국 배우론 단 둘 뿐이었다.

"촬영을 위해 체코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누구보다 잘 아는 감독이 함께 하긴 했지만 전 세계에 상영될 영화에 세계적인 배우들과 공연한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친 않았죠."

   
크리스 에반스(왼쪽)와 함께 한 극중 장면.


#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프로 의식"

막상 만나보니 국적과 언어는 달랐지만 모두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똑같은 배우였다. 그가 미리 동료 배우들의 정보를 파악했듯이, 그들 또한 익히 송강호의 명성을 잘 알고 있었다.

"크리스 에반스가 봉 감독에게 '송강호가 연기할 때 진짜 사람을 때리는 것 같던데 나도 맞느냐'는 걱정을 털어놓는 걸 보니 무척 친근감이 들더라고요. '할리우드 스타가 이런 걱정을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한번 멋지게 해보고 싶은 기대감이 생겼죠."

영화 시작 30분 만에 등장하는 등 주연을 맡은 작품 중 가장 적은 분량을 소화했지만 이번 영화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남겼다.

"저보다 적게 나오는 틸다 스윈튼도 그렇고 자기 입장만 생각하면 다들 불만을 가질 수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남을 배려하는 모습에 놀랐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면서 전체를 우선으로 하는 공동 작업 속에서 그들의 프로 의식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한국영화를 할 때 저도 그런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 K-무비 글로벌화에 대하여

한국 배우들이 할리우드에서 활약하는 요즘, 글로벌 K-무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병헌 씨처럼 직접 진출해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한다면 더 없이 좋죠. 하지만 경쟁력 있는 한국 영화를 통해 세계인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해요. 봉 감독의 섬세하고 빠른 연출에 감탄한 배우들이 한국 영화를 더 알고싶어 했고, 제가 출연한 '밀양'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한국 영화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글로벌화라 생각해요."

두 편의 전작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 1년 6개월간 공백을 보냈다. 그러나 '설국열차'를 시작으로 9월 '관상'과 12월 '변호인'까지 하반기에만 세 편의 영화로 다시 '송강호 시대'를 연다.

"배우의 일이 스포츠 게임처럼 그 자리에서 승부를 보는 게 아니잖아요. 자연인 송강호와 함께 배우 송강호가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우리 일이죠. 매 작품에 일희일비해서도 안 되고요. 내가 나이를 먹으면 좋은 후배들이 나오게 되고,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나의 포지션을 찾아야 되죠. 단 이런 순리를 따르되 무기력하게 반응하지는 말자는 게 제 신념입니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박동희(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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