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제국'의 아성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스티브 잡스 시절 지속적인
혁신으로 IT시장을 뒤흔들던 영광은 온데간데 없다. 삼성전자를 선봉에 내세운 안드로이드 진영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기도 힘겨운 모습이다. 전세역전을
노렸던 특허분쟁에서도 서서히 밀리는 양상이어서 짧은 시간 안에 몰락한 노키아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관측이 나올
정도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애플의 올해 2분기(4∼6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1%에 그쳤다.
이는 지난 1분기 16.6%에 비해 3.5%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로 200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다. 성장률 역시 20% 증가하는데 그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평균 성장률이 52.3%를 크게 밑돌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나 판매가 늘며 점유율
30.4%로 1위를 차지했다.
애플의 아이폰은 안방인 미국시장에서도 밀리는 양상이다.
시장조사업체 칸타 월드패널
콤테크는 지난 2분기 미국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채용한 스마트폰이 51.5%로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29일 밝혔다. 이에 비해 애플의 아이폰은 42.5%에 머물렀다.
애플의 또 다른 무기인 태블릿 시장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지난 2분기 세계 태블릿PC 시장의 운영체제(OS)별 판매량 집계
결과, 애플 아이패드가 1460만 대 팔려(공급 기준) 시장점유율 28.3%를 기록했다. 애플이 2010년 4월 아이패드를 처음 내놓은 이래
시장점유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점유율뿐만 아니라 2분기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00만 대와 견줘 약 240만
대 줄어들었다.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직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감소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닐 샤 SA 수석애널리스트는 "아이폰은
3인치대 중저가 스마트폰과 프리미엄급 5인치 안드로이드 모델에 협공을 당하고 있고 아이패드는 상표도 없이 판매하는 저가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시장을 급격히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과의 특허전쟁도 애플에게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이다.
미국
특허청(USPTO)은 최근 애플 아이폰의 대표적 기능 가운데 하나인 두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핀치 투 줌(Pinch to
Zoom)' 특허를 무효라고 최종 판정했다. 이로써 미국에서 무효판정을 받은 애플의 특허는 바운스백 특허와 예비 무효 판정을 받은 반투명 이미지
특허 및 휴리스틱스 특허 등 4개에 이른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애플이 저가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질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9월 출시예정인 차기작 아이폰5S와 함께 보급형인 '아이폰5C'도 내놓을 것이란 설명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중국전신(차이나텔레콤) 경영진과 차기 아이폰에 대해 논의를 했다는 중국 매체의 보도도 이같은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가격 경쟁은 스마트폰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컴퓨터 영역을 개척했던 잡스시절의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며 "애플의 요즘 움직임에서 기술개발을 무시하고 가격경쟁에만 몰입하다 몰락했던 노키아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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