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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전기차 회사와 손잡는 국내 배터리 업계, "테슬라는 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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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에 차세대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사진은 루시드모터스의 콘셉트카. /삼성SDI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계가 신생 전기차 회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SDI는 최근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Lucid Motors)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트너십을 맺었다.

삼성SDI가 공급하게 될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는 지름 21㎜, 높이 70㎜의 '21700' 배터리다. 지름 18㎜, 높이 65㎜의 기존 18650 배터리에 비해 용량이 에너지 밀도, 출력, 수명, 안전성 면에서 성능이 우수하고, 전기차 충전 환경에 적합하도록 잦은 급속 충전과 방전을 견딜 수 있게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터리 셀을 엮어 팩으로 제작하면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루시드모터스는 2007년 설립된 '아티에바'가 테슬라 대항마를 표방하며 본격적인 전기차 생산·판매를 위해 이름을 바꾼 곳이다. 7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 카사그란데에 연산 1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루시드모터스는 삼성SDI의 차세대 21700 원통형 배터리를 2018년부터 생산하는 하이엔드급 스포츠 세단에 탑재할 계획이다. 현재 개발 중인 이 차량은 1회 충전에 644㎞를 달리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2.5초에 불과하다. 

앞서 지난 2일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방문한 피터 로린스 루시드모터스 CTO는 "분당 200개 셀을 생산하는 고속라인에서 완벽한 품질관리가 된다는 것이 놀랍다"며 "지금까지 테스트해본 배터리 셀 가운데 삼성SDI의 원형 배터리가 가장 균형 잡혔다"고 극찬했다. 이어 "전기차 주행거리와 성능은 배터리가 좌우한다"며 "삼성SDI는 고용량 배터리를 선보하는 기술적 제조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을 제공해줄 수 있는 업체"라고 덧붙였다. 그는 테슬라에서 모델 S 개발을 주도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삼성SDI와 루시드모터스는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으로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패러데이 퓨처는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에서 콘셉트카 'FF제로1(사진)'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LG화학은 패러데이 퓨처에 자사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패러데이 퓨처

지난 10월 3일에는 LG화학이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 퓨처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패러데이 퓨처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에서 고성능 전기차 콘셉트카 'FF제로1'을 선보이며 테슬라 대항마로 꼽힌 기업이다. 이 차는 1회 충전에 480㎞를 주행하고 최고속도 320㎞/h, 최고출력 1000마력에 달한다고 소개됐다. 

당시 패러데이 퓨처는 "LG화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맞춤형 배터리를 개발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게 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네바다주에 전기차 공장을 건설하고 FF제로1 양산 모델을 생산할 때 LG화학 배터리를 전용 모듈형 배터리 플랫폼 'VPA'에 탑재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도 "양사의 기술적 협력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진보를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도 패러데이 퓨처와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패러데이 퓨처는 지난달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던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을 중단했다. 10억 달러(약 1조1587억원)에 달하는 공장 건설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진행된 공사 대금도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네바다주 정부는 페러데이 퓨처가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투자 인센티브 제공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당장의 손실은 없지만 네바다주 공장 건설 중단에 따라 LG화학의 배터리 공급 계약도 공수표가 될 확률도 커졌다.

국내 업체들이 아직 차량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는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사이 전기차 1위 업체 테슬라는 파나소닉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 전기차 전문매체 '인사이드EV'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에서 팔린 전기차는 총 13만3854대다.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수치다. 이 시장에서 테슬라는 모델S를 2만3571대 판매하며 2년 연속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테슬라는 최근 파나소닉과 협력을 통해 기가팩토리에서 2170 배터리 셀을 시험 생산도 시작했다.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와 파나소닉이 미국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93만㎡(약 28만평) 규모의 전기 배터리 공장이다. 총 50억 달러(약 5조7935억원)가 투입됐으며 파나소닉이 16억 달러(약 1조8540억원)를 투자했다.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기가팩토리에 최대 15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생산 규모를 갖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잠재력 있는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것도 좋지만 현실성 있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협력관계가 공고해진 만큼 제너럴모터스,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계와 협력을 강화해 테슬라-파나소닉 연합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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