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9일 개봉될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이하 '화이')에서
'악(惡)의 완전체' 석태 역을 연기한 김윤석(45)은 극중의 살기어린 표정을 거둔 대신 무척 온화해 보였다. 전작들의 캐릭터와 일부 유사하게
볼 관객들도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는 "2006년 '타짜'와 2010년 '황해' 사이에, 그리고 '황해'와 '화이' 사이에 얼마나 많은 작품이
있었는데…"라며 쓴웃음으로 답했다.
- 악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나면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 듯싶다.
맞다.
그래서 처음엔 출연을 고사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영화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마음을 고쳐먹었다.
- 극중 석태는 순수 악의
결정체란 점에서 앞서 연기했던 '타짜'의 아귀, '황해'의 면가와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같다.
드라마 자체가 다른데 과연 그렇게
볼까. 석태는 선을 선으로 보지 않고, 악을 악으로 다스린다. 이를테면 본능적으로 위악적인 인물이다. 또 사랑하는 자식이나 다름없는
화이(여진구)를 괴롭히는 게 실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다. 아귀와 면가가 자기와 비슷한 악인들을 상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전작들 가운데 비슷한 캐릭터를 굳이 찾자면 '천하장사 마돈나'의 아버지에 가깝다.
- 실제로도 아들 뻘인 여진구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영화로 극찬을 받아 마땅하다. 주인공인 (여)진구가 (연기를) 못하면 배가 전복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놀라울 만큼 잘 해내더라. 나중에는 '얘가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할까'란 궁금증마저 들 정도였다. 좋은 집안에서 가정 교육을 잘 받아 심신이 무척
건강하다는 것도 아주 큰 장점이다.
- 여진구와 공연한다는 소식에 자녀들이 좋아하지 않았나.
아직 어려
진구를 잘 모르더라. 큰애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드라마를 보지 않아 연기자들은 알지 못한다.
- 2003년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 이후 10년만에 장편 상업영화로 돌아온 장준환 감독과 손잡았다.
자칫 부담감에 서두를 법도 했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편안하게 현장을 이끌어가는 모습에 감탄했다. 소년처럼 천진한 감성의 소유자이면서도 때론 아주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느낌까지
풍긴다. 한 마디로 사고의 폭이 대단히 넓다. 또 문득문득 천재적인 기질도 엿볼 수 있었는데, 그랬으니 '화이'가 나오지
않았겠나.
- 절친한 사이인 송강호 주연의 '관상'이 인기리에 상영중이다. 설경구와 '즐거운 인생'에서 작업했던 이준익 감독의
'소원'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된다.
모두 좋아하는 분들이지만, 지금은 내 코가 석 자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 줄지 몹시 궁금한
마당에, 남의 작품을 신경 쓸 여력이 있겠나.
- 관객들로부터 얻고
싶은 반응이 있다면.
장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다양한 해석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층적인 시각으로 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화이'는 각종 클리셰 투성이다. 몇몇은 고대 그리스 비극을 보는 것같다고도 하더라. 보기에 만만하지 않고, 다소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연기했던 우리도 힘들었는데, 무조건 편안하게 봐 달라면 그건 억지다. 그렇지만 오래오래 의미를 캐면 캘수록 음미할 게 많은 영화이므로, 각자의
다양한 시선으로 관람해 주셨으면 한다.
- 차기작 일정이 궁금하다.
다음달부터 '해무' 촬영에 돌입한다.
연극으로 유명했던 작품을 스크린에 옮긴다. 박유천도 함께 출연한다. 경남 마산의 바닷가 등 전국을 돌며 촬영할 예정인데, 바닷가 칼바람을
맞아가며 추위를 견뎌내야 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무섭다./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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