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금융

'원유 vs 셰일' 전쟁, 마침내 신재생에너지에도 불똥

반응형

'원유 vs 셰일' 전쟁, 마침내 신재생에너지에도 불똥 

▲ 스페인 남부의 아벤고아 태양광 플랜트의 모습, 아벤고아의 파산 위기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저유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대세가 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의 블룸버그는 7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저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할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석유와 신재생에너지가 서로 경쟁관계가 아니라는 점 ▲전기요금의 지속적인 상승 ▲태양광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 하락 ▲원유가 하락에 못 미치는 주유소 유가 ▲셰일오일의 패배 이후 원유가는 결국 상승하게 된다는 점 등이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의 이유다. ▲저유가 시대 전기차 판매의 지속적 증가 ▲저유가 시대 글로벌 신재생에너지업체들의 꾸준한 투자 증가 등은 실질적인 증거다. 

실제로 올해 전기차 판매는 크게 늘었다.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4년 32만 대에서 올해 9월까지 33만4000 대로 크게 증가했다. 당초 전기차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고유가 시대에 대안으로 시장에 등장했지만 저유가 시대에도 오히려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40 달러선이 붕괴된 8일 현재에도 이 같은 분위기는 변하지 않고 있다.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원유 산업 투자는 줄어든 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는 늘었다. 지난해 새로 지어진 전체 발전소의 절반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소였고, 신규 투자의 60%가 신재생에너지로 흘러가고 있다. IEA는 이 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져 2040년 석유 등 화석에너지 사용이 전체 에너지의 36% 수준으로 줄고, 신재생에너지가 55%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 10월 신재생에너지정책네트워크(REN21) 역시 같은 취지의 보고서를 냈다. REN21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에너지소비량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2.8%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올해에도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가 늘었다. 특히 태양광 에너지는 2013년 138GW에서 지난해 177GW로 크게 늘었다. REN21은 태양광 에너지 수요가 2017년 꾸준히 증가해 2017년 60GW, 2022년 100GW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보고서의 결론은 하나로 일치한다. 고유가 대체수단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가 독자산업으로 성장했으며 석유 중심의 에너지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문제가 지구촌의 중대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이 같은 결론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하지만 저유가 국면이 심화되면서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도 무풍지대에 머물 수 없게 됐다. 최근 미국의 선에디슨과 스페인의 아벤고아의 위기는 그 증거다. 태양광 발전의 최선두 주자인 선에디슨은 올해 3분기 실적부진과 태양광 발전 자회사 상장 흥행 실패로 3개월 사이에 시가총액이 90%나 하락했다. 아벤고아 역시 파산을 모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벤고아는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의 신재생에너지 독립전력생산자프로그램(REIPPP)에서 태양광 발전 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 왔지만 꾸준히 손실을 보면서 고전해 왔다.

남아공 일간 데일리매버릭은 두 업체의 위기를 두고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지나치게 과열됐다는 신호"라며 "저유가 시대를 맞으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향후 궤적을 조정하는 일이 불가피해졌다"고 진단했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조정에는 가격도 포함된다. 데일리매버릭은 REIPPP 입찰과정에서 나타난 과열경쟁을 지적하면서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진보, 플랜트 건설 경험의 축적,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지나친 경쟁이 입찰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벤고아의 위기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라는 남아공 신재생에너지 위원회 마이크 레빙턴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의 석유에너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 역시 "아벤고아 위기는 단지 한 업체의 위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른 신재생에너지 업체들도 아벤고아와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저유가 시대가 앞으로 얼마나 이어질지 확실하지 않다. 미국의 셰일오일업체들이 고사할 때까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OPEC를 주도하고 있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재정적자 위기로 국채까지 발행하면서까지 치킨게임을 밀어붙이고 있다. 사우디의 밀어붙이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국제 원유시장에서 미국 셰일오일의 점유율은 줄고 있다.

문제는 미국 세일오일의 생산이 얼마나 급격히 줄어드느냐다. IEA는 내년 1월까지 미국의 하루 셰일오일 생산이 현재보다 11만6000 배럴 적은 486만 배럴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내 사우디에 대한 반발도 또 하나의 변수다. 사우디가 이번 OPEC 자국의 주장을 관철시키면서 다른 회원국들은 저유가로 인한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5위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극심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다 지난 6일 총선에서 좌파정권이 참패했다. 또 다른 회원국인브라질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들 국가의 정치지형이 일변할 경우 OPEC의 파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