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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이소영의 명화 에세이] 가우디의 건축,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를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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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는 아르누보에 의해 탄생된 천재였다-니콜라스 페브스너"

"가우디는 내게 영감을 주는 유일한 건축가다-필립 존슨"

"한 시기가 지난 지금도 가우디의 방식들은 여전히 혁신적이다-노먼 포스터"

여러 후배 예술가들이 스페인이 낳은 천재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1852-1926)에 대해 표현한 말들이다. 때로는 한 도시가 예술가 한 명의 존재만으로도 각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바르셀로나의 '가우디'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세상에 남기고간 건축물들을 보러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다. 

집은 가족이 사는 작은 나라라고 이야기하며, 건축에서 색채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던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들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모두 감탄사를 내뱉는다. 무수히 많은 곡선들로 계획되어 어우러진 그의 작품들은 과거에도 혁신적이었지만 지금 보아도 새롭고 미래에 보아도 새로울 것이다. 

그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Sagrada Familia)은 그가 미완성인 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다.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 건축가들이 합심하여 가우디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행히도 가우디는 자신이 맡은 이 성당이 살아생전에는 완성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인지 함께 일하는 후배 건축가들에게 도면을 비롯한 기록 말들로 정보를 남겨놓았다. 

역사상 조각과 건축을 가장 조화롭게 구성한 건축가인 그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작업 전에 최후로 지은 주택이 바로 '카사밀라(Casa Mila)'다. 이 주택에 '채석장'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전체가 하나의 돌로 이루어진 듯 한 생김새 때문이다. 거대하고 둥근 석회암 하나가 하늘에서 내려와 그 사이를 용이 승천하며 아름답게 뚫고 지나간 듯한 건물이다. 카사밀라는 바르셀로나의 사업가인 밀라와 그의 부인의 의뢰로 만들어졌다. 부부가 의뢰한 자신들의 주택이자 공동주택이었던 것이다. 이 주택의 예술성을 인정한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카사밀라의 파사드를 보고 '바다 화석의 물결'이라고 했고, 발코니는 '강철의 거품'같다고 칭송했다. 가우디는 늘 자신의 예술이 하나님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랐으므로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 상을 까사밀라에 설치하려고 계획한다. 하지만 당시 타락한 성직자들을 비판하는 반 교권주의운동으로 인해 혹여나 비극적 사태가 생길까 염려된 밀라부부는 동상의 설치를 거절한다. 그로 인해 가우디가 화가 나서 작업을 중단하는 등 소송사건에도 휘말리지만 가우디는 카사밀라 옥상에 어딘가 모르게 십자가를 닮은 형태의 조형물들을 은근히 숨겨놓았다. 카사밀라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건 바로 옥상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옥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옥상에는 독특한 굴뚝과 환기구들이 조각처럼 우뚝 서있다. 이들은 문명 전 거대 석상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추상화를 떠올리기도 한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George Lucas)는 바르셀로나 여행 중에 카사밀라의 굴뚝을 보고 영감을 받아 하나의 캐릭터를 탄생시킨다. 바로 스타워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악역 다스 베이더(Darth Vader)다. 마그리트의 작품이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 큰 영감을 주었듯 가우디가 만든 까사밀라의 굴뚝이 조지 루카스의 창의력을 꿈틀거리게 한 것이다.

▶그림3 

과거의 예술이 현대의 문화로 재탄생되어 등장할 때 나는 몹시 반갑다. 가우디가 세상에 내놓은 카사밀라의 굴뚝이 국경과 시대를 초월해 '다스 베이더'로 다시 태어나 대중에게 다가간 기분이다. 이것이 우리가 과거의 예술을 알고 이해해야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세상의 모든 예술은 재해석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피카소 역시 현대미술이 과거 원시대의 미술에 비해 발전한 것이 없다고 말하며 과거의 예술을 되짚는 과정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지 않았는가. 과거의 예술을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자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창조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를 톡톡 튀는 색감으로 재해석한 브라질의 팝 아티스트 로메로 브리또(Romero Britto)의 다스베이더도 그런 의미에서 반가운 작품이다. 가우디에서 시작된 영감의 씨앗이 새로운 꽃들을 피운 셈이다. 

갑작스럽게 전차에 치어 병원에 옮겨진 가우디는 행색이 너무 남루하여 노숙자인 줄 알고 치료가 늦어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에 안치되어있는 그가 많은 팬을 거느린 영화 의 '다스 베이더'를 만난다면 이렇게 말했으리라. 

"I'm your father"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미술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명화 한 점,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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