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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이슬람 입맛 사로잡는 'K 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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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이란?

'허용되는 것'을 뜻하는 아랍어로 이슬람교도인 무슬림이 먹거나 사용할 수 있도록 율법에 따라 처리·가공된 제품.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 이미 죽은 고기, 알코올은 사용이 금지된다. 동물의 머리를 메카 방향으로 눕히고 기도한 뒤 단칼에 목을 쳐 모든 피를 빼내는 방식으로 도축한 할랄 고기만 먹을 수 있다. 금기된 식재료를 조리한 도구는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제조과정에 대한 점검도 철저하다. 할랄식품은 세계 시장의 20%를 차지한다.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인류학 석·박사과정을 준비 중인 누르 야사르(터키)씨는 요즘 점심시간이 반갑다. 이번 학기부터 학생식당에서 '할랄'식을 먹을 수 있게 돼서다. 이날 점심은 탄두리 커리와 난, 그리고 당근크림수프. 말레이시아 음식인 나시고랭이나 영양사가 자체 개발한 치킨소테가 나올 때도 있다. 그는 "돼지고기나 알코올 등 허용되지 않은 음식은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전에는 직접 채소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할랄 전문 식당을 이용해야했다"면서 "안심하고 저렴하게 할랄식을 먹을 수 있게 돼 무슬림 친구들도 기뻐하고 있다"며 웃었다.

국내 식품업계가 6500억 달러 규모의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할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할랄식을 제공하는 한화푸디스트는 지난해 한화건설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수주 현장 급식을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입찰에 성공했다. 대학 측은 지난 2월 학생식당의 급식 위탁업체를 선정하면서 100여 명의 무슬림 학생들을 위한 할랄식단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재료구매팀과 영양사가 직접 공수한 할랄 식자재만을 사용해 만든 할랄식은 일반식보다 1000원 비싼 4500원이지만, 비무슬림 학생들 사이에서도 색다른 맛과 영양으로 인기를 끌어 할랄 식단을 주 2회에서 4회로 늘렸다.

한화푸디스트의 유성희 점장은 "지속적으로 레시피를 연구, 개발해 추후 병원식 등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우리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CJ제일제당은 햇반과 조미김·김치 등 30개 품목에 대해 말레이시아 이슬람발전부에서 발급하는 할랄 인증을 취득하고 지난달부터 현지 20여개 도·소매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한류의 인기에 힘입어 동남아시아나 중동권 국가 등 우리나라와 다른 식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도 한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판매 중인 할랄 제품의 소비자 1/4 이상이 깨끗하고 안전한 식품을 원하는 비무슬림이란 점에서 할랄 시장의 앞날이 밝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 문을 연 네네치킨도 최근 한국이슬람교중앙회로부터 양념치킨 소스· 오리엔탈 파닭소스 등 소스·파우더류 11종에 대해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정부투자기관들도 할랄 인증 획득을 돕기 위해 나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세계 1위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의 이슬람교지도자단체(MUI)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3월부터 국내 기업의 할랄 인증 획득 절차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추세에도 현행법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상 할랄마크를 포장에 표기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거주하는 무슬림들이 할랄 인증을 거친 우리나라 제품을 몰라서 못 사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이태원·한남동 등지의 식당이 검증을 거치지 않고도 할랄 인증 마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의 박창모 할랄위원장은 "이슬람 국가에서는 할랄 마크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처벌 대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면서 "국내에서 발급하는 유일한 할랄 인증마크 KMF는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교차 인증되고 있으며, 6월 중으로 말레이시아 교차 인증 허용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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