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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보르도의 반란, 소테른 귀부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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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함께 값비싼 레드와인이 생산되는 곳이다. 떼루아(포도가 자라는 자연환경을 통칭하는 용어)로 봐도 레드와인에 적합하다.


그래서 이곳의 화이트와인은 대접받지 못한다. 화이트와인 산지가 보르도라고 하면 구매의 손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 보르도에도 예외가 있다. 바로 스위트 귀부(Noble rot)와인의 명산지 소테른이다. 소테른 와인은 귀부 현상으로 인해 말라 비틀어진 포도를 손으로 직접 따 만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귀부는 포도 과육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곰팡이(Botrytis Cinerea)로 인해 만들어진 현상이다. 그래서 '귀하다'는 의미의 '귀'자를 붙인다. 이 와인은 헝가리의 토카이,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와 더불어 세계 3대 귀부와인에 속한다. 그리고 소테른의 특1등급 와인 샤토 디켐은 마니아라면 꿈에서라도 마시고 싶은 와인이다.


소테른은 점토질과 석회석이 적절히 뒤섞여 화이트 품종이 자라기에 적합한 토양 및 지형이다. 가론강의 영향을 받아 가을철에는 안개가 많이 끼기 때문에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 곰팡이는 새벽에는 포도껍질 밖으로 나와 이슬을 먹고 한낮 뜨거운 태양으로 대기가 마르면 포도껍질 안으로 들어가 포도 과육의 수분을 섭취한다. 그래서 포도알이 말라가고 반대로 당도는 높아진다.


처음에는 곰팡이가 피기 전에 수확해 드라이한 화이트와인을 만들었다. 그런데 샤토 디켐의 소유주 뤼 살루스 백작이 러시아로 출장가 수확을 하지 못해 모든 포도가 바짝 말랐다. 버리기 아까와 시험삼아 만들었는데 대박이 났다는 게 귀부와인의 유래다. 


소테른 귀부와인은 세미용 소비뇽블랑 뮈스카데 등 세가지 품종으로 만드는데 세미용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주품종이다. 소비뇽블랑은 신맛을 가미해 균형을 맞추어 주는 역할을 한다. 


귀부와인은 황금색이며 엄청나게 달다. 곰팡이의 영향을 받아 벌꿀과 꽃향이 강하다. 거기에 블랜딩된 소비뇽블랑의 산미가 받쳐준다. 워낙 소출량이 적어 가격은 엄청 비싸다. 여름철 시원하게 냉장해 열대 과일과 함께 마시면 제격이다. 

  

  

  조민호 편집국장(m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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