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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한중합작영화 '이별계약'의 오기환 감독 "성공 노하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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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이별 계약'의 한 장면
   
12년전 발표했던 이정재·이영애 주연의 데뷔작 '선물'을 중국과 손잡고 '이별계약'이란 제목의 합작영화로 리메이크한 오기환(46) 감독은 최근 홍익대앞 한 카페에서 만나자마자 대뜸 "중국에 개그맨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원작속 무명 개그맨 부부의 가슴아픈 이별이 중국 청춘남녀의 경쾌한 '밀당' 사랑 이야기로 바뀐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 중국 관객의 입맛에 맞춰 원작 재조립

2011년 공동 제작사인 CJ E&M과 중국 최대 규모의 국영 배급사인 차이나 필름 그룹으로부터 '선물'의 리메이크 제의를 받은 오 감독은 현지 관계자들을 만난 뒤 엄청난 벽에 가로막혔다. "원작 주인공의 직업이 개그맨인데, 중국에서 개그맨이라고 하면 우리나라 장소팔 - 고춘자 식의 만담가를 뜻한다고 하더군요. 또 부부가 서로에게 헌신적인 극중 모습에 그곳 사람들이 '엄마와 아들같다'고 말하는 걸 보며 원작의 기초 정서와 뼈대만 남기고 재조립하기로 결심했죠."

세 명의 중국 시나리오 작가들을 고용해 그들만의 정서가 담긴 에피소드와 대사를 9개월 넘게 고민했다. 지난해 7월 크랭크인 직전까지도 시나리오를 만지고 또 만졌다. 다행히 캐스팅은 처음 원했던 1순위로 이뤄졌다. 떠오르는 남녀 샛별 펑위옌과 바이바이허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출연 제의를 수락했고, 이후부터는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됐다.

그 결과 올 4월 중국 전역에서 개봉 일주일만에 제작비 3000만 위안(약 54억원)을 회수했고, 모두 2억 위안(350억원)을 벌어들였다. 한·중 합작영화론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웠다.



▶ 우리의 주관을 버리고 그들의 객관을 중시 하라

중국에서 성과를 거두고 돌아오니, 현지 진출을 노리는 동료 영화인들로부터 만나자는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14억 중국인을 사로잡을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오 감독의 대답은 한결같다. "고작 한 편 찍고 온 감독이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모른다'죠. 분명한 건 중국인들의 시간 관념과 정서가 우리와 너무 다르다는 거죠. 이를테면 우리의 1년이 그들에겐 5년입니다. '빨리빨리' 식으로 접근하면 백발백중 도중에 지쳐 쓰러집니다. 정서 또한 우리는 미국에 가까운 반면, 중국인은 그렇지 않죠. 창작자로서의 주관도 지켜야겠지만, 그들의 감정에 스며드는 노력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중국에서 자신의 것만 지키려다 작업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들을 여럿 봤거든요."

이번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향후 2~3년 동안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자유롭게 일할 계획이다. 이미 차기작도 어느 정도 얘기가 오고가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과 자본에 이어 시스템의 교류까지 이뤄진다면 진정한 의미의 합작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영화인들이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가 얻은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어요. 차근차근 힘을 모은다면 K-팝 이상으로 중국 아니 전 세계인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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