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Review
펑크한 분위기의 클럽같은 무대의 벽면을 가득 채운 40 여개의 텔레비전 모니터에 이라크 전쟁, 핵무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맥도날드 로그 등 미국과 관련된 뉴스와 가십, 광고가 쏟아지듯 나온다. 그리고 한 소년이 "바보 같은 미국인이 되기는 싫어.
대중매체에 좌우되는 국민이 되기는 싫어"라는 가사가 담긴 세계적인 록밴드 그린데이의 히트곡 '아메리칸 이디엇'을 부른다.
다음달
5~22일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열릴 내한 공연에 앞서 8일 일본 도쿄국제포럼에서 먼저 선보인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의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팀 투어 공연의 한 장면이다.
2009년 초연돼 이듬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이 공연은 수록곡 대부분을 그린데이의 7집
컨셉트 앨범인 '아메리칸 이디엇'으로 구성한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이다. 여기에 암울한 교외 지역에서 살던 세 청년이 각자 다른 운명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줄거리를 덧입혔다. 9·11 사태 이후 조작과 선전으로 도배된 미디어가 판치는 미국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경험하는 불안한 현실과 정체성의
혼란을 표현한다.
도시로 간 조니는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약물중독에 빠지고, 터니는 텔레비전 속 권력욕과 애국심을
조장하는 이미지를 보고 군에 입대하지만 다리 한 쪽을 잃는다. 윌은 여자친구의 임신으로 교외에 남았지만 무력감에 시달려 약물과 술에
중독된다.
◆ 무대 위 베드신·마약 중독 등 파격
마약에 중독된 모습, 무대 위 베드신 등 내용이 파격적이다.
젊은이들의 반항과 혼란을 파격적인 형식으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언뜻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떠올리게도 한다. 실제로 이 공연은 '스프링…'으로
토니상 최우수연출상을 받은 마이클 메이어의 브로드웨이 차기작이다.
다만 세 청년이 고향에 돌아간 마지막 장면은 다소 아쉽다. 90분
동안 미국 사회를 날서게 비판하다가 돌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맥 빠지고, 그 과정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해
보인다.
그런데도 그린데이의 음악이 있어 감동은 반감되지 않는다. 또 토니상 뮤지컬 부문 최우수 무대디자인상과 조명디자인상을 받은
작품답게 무대 벽면 전체를 감싼 스크린과 수많은 모니터가 그린데이의 음악과 그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첫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정식 라이선스 공연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젊은이들이 경험한 암울한 현실이 한국 관객의 정서에 얼마나
통할지가 성사 여부를 가늠하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연출과 공동 각색을 한 메이어는 9일 일본에서 열린 내한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청년들의 좌절과 성장을 그린다는 점에서 시대를 불문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또 음악이 세계
공통의 언어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본)=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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