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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가족사랑 더 깊어진 오토캠핑···주말 텐트 열풍에 SUV 판매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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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캠핑 덕에 가족다운 가족이 됐습니다. 주말이면 뿔뿔이 흩어지거나 각자 방에 들어박혀 얼굴 보기도 쉽지 않았는데 이젠 텐트 안에서 뒤엉켜 지내고 있잖아요. 말 없던 아들 녀석도 이젠 제법 자기 고민을 털어놓더라고요."

오토캠핑족에 합류한 김영진(44) 씨의 말이다. 초등 6학년생인 큰 아들이 지난 주말 캠핑장에서 "아빠, 학원에서 마음에 드는 여학생을 만났는데 남자친구가 있는 것 같아요"라며 얼굴을붉히는 모습에서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존재감을 느꼈다.



자동차에 텐트와 관련 용품 등을 싣고 야외에서 캠핑을 하는 '오토캠핑'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덩달아 자동차시장도 재편되고 있다.

2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4월 SUV의 국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5% 증가한 8만3895대다. 이는 전체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 비중의 23.3%로 같은 기간 6만3804대가 팔리며 17.7%를 기록한 중형세단을 여유있게 앞섰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중형세단의 위상이 오토캠핑 열풍에 무너진 셈이다.

이는 캠핑을 주제로 한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의 역할이 매우 컸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을 필두로 MBC '일밤-아빠! 어디가?' 등 친구나 가족과 함께 캠핑에 나서는 프로가 큰 히트를 치면서 어느덧 캠핑은 여가를 즐기는 대표 콘텐츠로 떠올랐다.

특히 '아빠! 어디가?'의 윤민수·윤후 부자는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며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등 '캠핑=힐링'이라는 공감대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지난 주말 경기 가평으로 오토캠핑을 하고 온 이정호(40) 씨는 "아이들과 흙을 밟으며 노는 것도 좋은데 애들 재운 뒤 아내와 함께 밤하늘을 바라보며 캔 맥주를 홀짝이며 옛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텐트 치고 간식을 만드면서 평소 못한 아빠 노릇도 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오토캠핑객이 급속히 늘면서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게 사치 논란이다. '콜맨'과 같은 대중 브랜드로 기본적인 구성품을 짜더라도 300만~500만원이 든다. 'K2' 등 고급 브랜드의 경우 1000만원을 넘기기 일쑤다.

한 오토캠핑 애호가는 "캠핑장에서 더 좋은 텐트나 타프(그늘을 만드는 지붕)를 보면 사지 않을 수 없다. 남의 시선도 있고 아이들 성화도 그렇고…. 내가 아는 사람은 캠핑 장비를 넣기 어렵다는 이유로 멀쩡한 쏘나타를 신형 싼타페로 바꿨다"고 전했다.

도난이나 고성방가와 같은 기본 예절에 어긋나는 일도 다반사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식기 등 가벼운 장비가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고급 등산복은 워낙 도난이 잦아 덥더라도 입고 다니기 일쑤다. 저녁 시간에는 술에 취해 다른 사람의 잠을 방해할 정도로 떠드는 사람도 종종 목격된다.

한 주부는 "텐트 안에서 딸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가 들어와 아이를 물을 뻔 했다. 반려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캠핑장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목줄을 하거나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 외에도 여성 화장실·CCTV·샤워시설 부족 등이 오토캠핑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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