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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국민대 이의용 교수의 '인생설계와 진로' 종강 수업에서 학생들이 한학기 동안
작업한 '인생설계도 포트폴리오'를 소개하며 웃고 있다. 인생설계도에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정체성, 원하는 미래 직업과 취업 준비 과정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손진영기자 son@ |
이의용 국민대 교수 '비전 세우는 삶'
강의 화제
취업 목매는 젊음에 따뜻한 격려주는 멘토 역할
'고4 증후군' '제2의
질풍노도'.
유사 이래 최악이라는 취업난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대기업 상반기 공채 전형이 끝나는 6월 중순이면 졸업반은 물론 저학년
학생들의 얼굴은 극심한 취업 불안감에 공포감이 느껴질 정도. 하지만 국민대 교양과정부 이의용(59) 교수가 10년째 진행하는 '인생설계와 진로'
수강생들은 대학생만의 생기발랄함이 넘쳐난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과 가고 싶은 기업을 사랑하면 취업이 보인다"는 말로 고4 증후군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이 교수의 종강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내 인생은 내가 설계하고 내가
주도한다!"
이번 학기 마지막 강의가 열리는 11일 오전 9시 국민대 북악관 408호.
기말시험을 앞두고 적막감이
흐르는 다른 강의실과 달리 교수와 학생들의 경쾌한 외침이 복도에 흘러넘쳤다. 수업은 늘 48명 수강생들의 인생 구호와 하이파이브 아침인사로
시작한다.
6명씩 8조로 모여앉은 학생들은 각각 '소고기전문점 '돌쇠' 최 사장' '하나은행 출신 연예기획사 정 대표' 'CJ
E&M 글로벌콘텐츠 진 PD'등의 구체적인 희망 직업을 적은 명찰을 달고 있었다.
쌍용그룹 홍보팀 27년 경력 출신의 이
교수는 마지막 강의에서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자존감을 높이고 진로를 사랑하길 권했다. 기업 홍보에서 '소속된 기업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는 이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원하는 직장에 애정을 갖길 바랐다.
이 교수는 "대다수 학생의 대학 진학 이유는
직업을 갖기 위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학생들이 '먹고 살기 급급한 인생' 대신 '비전과 자존감 있는 인생'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취업과 진로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학생이 내가 얼마나 소중하고 쓸모 있는 사람인지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취업에서 자기 자신과 원하는
직장에 대한 애정이 깊으면 자기소개서 하나 쓸 때도 남보다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학생들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 항상 수업 시작 15분 전에 강의실에 도착해 분위기를 북돋는 가요를 튼다. 강의실에 들어오는 학생과 함께 하이파이브 인사를 하며
덕담도 건넨다.
한 학기 동안 200여 페이지의 '자기 인생 설계도'를 완성해야 하는 이 수업은 '가고 싶은 직장의 직원 명함과
조언 받아오기' '매일 감사일기 쓰기' '미래 자녀에게 편지 쓰기' 등의 독특한 과제를 내준다.
피아노전공 3학년 이송은(22)씨는
"피아노학원을 무작정 찾아가 난생처음 보는 원장님에게 음대생의 진로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면서 "유학을 가지 않는다면 음악학원을 차리는 것이
괜찮은 선택이며, 학원 창업에서 장소가 의외로 중요하다는 점을 알았다. 음대생으로서 미래가 막연한 부분도 있었는데 실무자를 만나니 인생 계획이
구체적으로 변했다"고 밝혔다.
이 수업 반장인 경영학과 4학년 정원석(26)씨는 "진로에 대해 별생각없이 서울로 올라와 꿈,
자신감, 여자친구도 없는 대학 생활을 했다(웃음)"면서 "이 수업을 통해 인생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내가 금융과 사람 만나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깨달아 은행 취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50대 박사학위 취득 후 '스무 살의 나의 비전'이란 책을 내며 대학생의 멘토로
사는 이 교수는 "젊은이들은 인생의 목표를 직업 자체가 아닌 '어떤 인물로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란 장기 비전에 두어야 한다"면서 "스스로
계란을 깨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달걀 프라이가 되는 것처럼 인생은 타인이 아닌 반드시 자신에게 달렸음을 명심하라"는 마지막 조언으로
취업난으로 마음고생이 심한 학생들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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