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광고판을 본 것은 2년 전이었다. 서울 안국역에서 일본문화원 쪽으로 나가는 4번 출구 아래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짜리 광고판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눈물을 흘리는 듯한 한 소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대형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번째 수요시위를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소녀 동상'을 모델로 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 소녀가 흘리고 있는 눈물은 실제 눈물이 아니라 세로로 쓴 한 마디의 문장이었다. 바로, "일본은 사죄하라"
자비 110만 원을 들여 이 광고를 낸 이들은 28살 동갑내기 김요셉 씨와 강민석 씨였다. 광고계에서 일한다는 두 청년은 평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물론 근현대사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일본군'위안부'들의 삶을 듣게 되면서 도대체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찾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를 해결은 커녕 그러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알게 됐고, 과연 그것이 그냥 지나쳐도 되는 문제인가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두 청년... 그들은 고민했고 그 결과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일, 바로 광고를 통해 그러한 무책임과 무성의를 고발하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광고판은 그렇게, 일본문화원으로 통하는 길목에 나붙었다.
물론 광고비를 계속 낼 수는 없는 처지여서 광고판은 얼마 안 가 결국 내려졌다. 그러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전하다. 일본 정부도 묵묵부답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라고 해서 나을 것도 별로 없다.
'위안부 소녀' 광고판이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세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지금도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 첫 시위를 시작했으니 오는 수요일이면 무려 1,000번 하고도 129번째 수요시위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 메트로신문(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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