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금융권의 부실·비리·횡령 의혹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
연이어 터진 동양증권 사태, 국민은행 관련 의혹은 갑자기 벌어진 게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곪다가 표면화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
금융산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일까. 잊을만하면 반복되는 금융권의 금융사고, 예방과 대책은 없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글싣는 순서]
① 불완전판매 금융사고 실태
② 국민은행...리딩뱅크 추락하나
③ 만연한 금융사고 예방과 대책
최근 불거진 KB국민은행의 횡령·비리·부실 의혹 사건들은 또다시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내부 비리가 마치 '종합선물세트'처럼 터져 나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에 대해 특별검사를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의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사건, 도쿄지점 비자금 의혹, 보증부대출 부당이자 수취 의혹 등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금융당국
조차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체계가 엉망"이라며 더는 묵과하기 힘든 지경이라고 우려했다.
'리딩뱅크'를 자부하던 국민은행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이번 사태는 현재 금융권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의 비리 피해 규모는 2006년 874억원에서 2010년 2736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4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8월 기준으로 금감원이 징계를 한 금융회사 임직원은 447명이었다. 은행권
비리는 지난 2009년 48건에서 2010년 57건으로 늘었으며 피해액도 391억원에서 1692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전국 11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규모가 크다보니 상대적으로 사고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영업감사 인력이 고작
91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실제 영업점 감사를 벌이는 인력은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개가 넘는 점포를 관리·감독하기엔 정말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더욱이 금융권에 만연한 '실적 우선주의'와 금융당국의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지난해 금융권에 부과된 과태료 규모는
27억원 정도다. 사고 금액에 비하면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비리 관련자 352명 중 면직 조치를 당한 사람은 6명에
불과했다.
해외에선 횡령 직원과 경영진 모두 처벌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95년 영국의 베어링은행은 직원 단속을 잘못한
탓에 파산이라는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당시 베어링은행의 싱가포르지점 수석 트레이더였던 28살 닉 리슨은 일본 주가지수 선물에 투자했다가 13억
달러를 날린 후 손실 은폐까지 시도했고, 결국 회사는 233년 역사를 뒤로 한 채 문을 닫았다. 리슨은 싱가포르 교도소에서 4년을
복역했다.
같은 해 일본의 다이와은행에서도 임원의 무단 채권 거래로 11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뉴욕지점의 미 정부채 책임자로서
스타 트레이더로 불리던 이구치 도시히데는 이 사건으로 4년형을 받았고, 은행 측은 손해배상 소송을 낸 소액주주들에게 7억7000만달러를
배상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금융사고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횡령 관련자들에겐 계속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금융당국이 금융사고 관련자는 물론 경영진에 대해서도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기관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이고, 집단"이라며 "소비자·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는 행위가 결과적으로 금융산업에
피해를 입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김민지기자
minji@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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