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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기자수첩] 밀양사태, 대화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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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농성장이 모두 철거됐다.

그동안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려던 한전과 이를 저지하는 지역주민 간의 전쟁이 9년 만에 막장으로 일단락됐다.

지난 11일 주민들의 절규에도 정부와 밀양시, 한전과 경찰은 행정대집행을 강행했다. 이날 밀양시와 경찰, 한국전력 직원 등 2500여명이 주민 진압과 농성장 철거에 동원됐다.

경찰과 주민들이 대치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철거현장의 모습은 참담했다. 대부분 70·80대 반대 주민들은 움막 옆에 파놓은 구덩이에 LP가스통과 휘발유,쇠사슬을 설치해놓고 극렬하게 저항했다.

한 주민은 경찰이 끌어내리려고 하자 목에 쇠사슬을 걸고 버텼으나 경찰이 이내 쇠사슬을 절단기로 자르는 등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또 일부 주민은 아래속옷만 입고 온몸으로 맞섰지만 끝내 경찰에 붙잡힌 채 끌려나갔다.

그동안 정치권·시민사회 등은 끊임없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호소해 왔다. 그러나 정부와 한전은 국가 폭력으로 밀양 주민을 제압했다. 이렇게까지 공권력을 투입해 강행했어야 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송전탑이 완성되더라도 앞으로 갈등은 계속될 것이고 주민들이 입은 상처는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전력난 해소를 위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주장하는 한전과 정부, 밀양시는 이런 막장 처세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시간을 두고 주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  윤다혜 기자(y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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