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31)은 12살에 데뷔해
똑부러지고 때로는 깍쟁이 같은 이미지로 24년째 연기 이력을 탄탄하게 다져오고 있다. 그러나 카메라 밖의 그는 여러 반전 매력을 품고 있다.
한번 입을 열면 여배우의 보호본능 따위는 버려둔 채 질문과 답변이 산으로 가도록 술술 속내를 털어낸다. 17일 개봉한 '밤의 여왕'은 그의 거침
없는 입담과 닮은 영화다.
◆ '또 다른 나' 보여주고 싶어
'밤의 여왕'은 소심한 남편 영수(천정명)가
지성과 미모를 갖춘 현모양처와 결혼하지만 아내 희주(김민정)의 과거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부부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영화다. 김민정이 연기한
희주에 대해 시놉시스 상에는 '천사 같은 외모, 일류 호텔급 요리 실력, 3개 국어가 가능한 지적능력을 지녔고 남편을 위해서라면 낮에는 자상한
아내, 밤에는 요염한 여인으로도 변신한다'고 설명해 놨다.
시나리오에서 희주의 활약은 더욱 구체화 된다. 과거 화려한 춤과 뇌쇄적인
매력으로 클럽가를 주름 잡았고, 혼자 맨손으로 7명을 때려 눕히는가 하면 거친 욕설을 속사포 랩처럼 쏟아내는 인물이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로맨틱 코미디가 처음이고, 춤·액션·욕설 연기를 해본 적도 한 번도 없죠. 부부 연기도
최초랍니다."
그는 이번 영화에서 작심한 듯 액션과 로맨스, 드라마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팔색조 연기를 펼친다. 그의 매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재미는 충분하다.
"내 안의 모습들은 참 다채로운데
사람들은 단편적인 것만 인식하고 있죠. 어느 순간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요즘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몰랐던
이면을 드러내는 시대지만 그것보다 본업인 연기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출연 섭외를 받던 당시를 떠올린 그는 "시나리오가 나 한테
가장 먼저 온 것도 아니고 나를 염두하고 쓴 것은 아니었겠지만 보자마자 '이건 나를 위한 시나리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동안 목말라 있던
것들을 마음껏 해소해보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 한 달간 댄스가수급 훈련
가장 공을 들이고 눈길을
끈 장면은 세 차례 등장하는 댄스신이다. 남편의 대학 동문회에서 귀엽게 절제하며 추는 춤, 과거 클럽가를 누비던 전성기 시절의 춤, 또 한 번
찾아온 남편의 동문회 파티에서의 춤 등 모두 다른 설정에 맞춰 다양한 안무를 보인다. 심지어 대역 의혹이 들 정도로 빼어난 춤 솜씨를
보여준다.
"지인들이 영화를 보고 대역인지 아닌지 내기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속으로 '아싸'라고 외쳤죠. 그동안의 고생이 한 번에
날아가는 기분이었어요."
3개의 댄스신은 각각 1분 내외로
편집됐지만 한 달 동안 댄스 가수에 버금가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리듬감은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안무를 다
외운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어요. 영화 '가문의 귀환' 홍보와 액션 훈련까지 겹치면서 정말 고되게 연습했죠. 왕년에 좀 놀아본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 좋겠는데 사실 클럽은 한 번도 안 가 봤답니다."
영화 곳곳에서 부각되는 매끈한 몸매도 화제다. 서울의 모든 산을 섭렵했을
정도로 등산 마니아인 그가 각종 운동으로 그동안 다져온 결과물이다.
"화보 제의를 많이 받는데 그것보다 작품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19금' 노출 연기는 솔직히 자신 없어요. 탈의를 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번 영화에서 공연한 천정명과 열애설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가끔 외롭기는 하지만 연애를 급하게 할 생각은 없다.
좋은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을 때 쯤 연애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유순호기자
suno@metroseoul.co.kr·사진/황정아(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은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