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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난 이방인' 생각말고 여행지에 몰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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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했다. 인생은 여행이라고. 그러니 여행은 평생을 하루, 혹은 열흘로 압축한 인생의 축소판인 셈이다.

인생을 살며 느끼는 희로애락 역시 여행에 모두 담겨있다. 뜻하지 않은 행운에 뛸 듯이 기뻤다가 소매치기를 당해 분노하기도 하고, 느닷없는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가 행인이 잔뜩 있는 길에서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흥겨워 지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올 여름 집 밖으로 나설 이들에게 한 발 앞서 낯선 곳을 누빈 인생 선배들이 전하는 '여행 인생'의 네 가지 단면을 모았다. /권보람기자 kwon@metroseoul.co.kr


   
 
희(喜)

"거리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타지마할에 갔을 땐 두 시간이나 현지인들로부터 사진 촬영을 당했고, 길을 걷다 '예쁘다'는 말을 듣고 멈추는 바람에 오토바이에 치일 뻔하기도 했다. 대중의 외모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여성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벗어나, 다름 그 자체가 매력이 될 수 있는 인도의 현실이 참 좋았다. 내가 어떻게 생겼느냐보다 어떤 사람인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그 곳이야 말로 진짜 예쁜 인도였다."-그곳에 가면 사랑하고 싶어져(김지현/서교출판사)


   
 
노(怒)

"파리의 추위에 빈둥거리던 남자 다섯이 해산물 먹고 바위 하나보겠다고 승합차로 두세 시간을 달려 노르망디 에트르타에 갔다. 도착하니 언덕에서 속수무책으로 바람을 맞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유명하다는 식당은 한파로 모두 문을 닫았다. 별 볼일 없는 식당에서 얼음에 얹은 굴, 식은 게, 미지근한 생선 스튜, 시큼한 와인을 먹었다. 해물탕이 먹고 싶었지만 요리 중 그나마 따끈한 것은 삶은 배에 초콜릿을 뿌린 디저트뿐이었다. '그러게 고기 먹자고 그랬잖아' 누군가 말했지만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즐거운' 노르망디 여행이었다."-흔들리며 흔들거리며(탁현민/미래를소유한사람들)


   
 
애(哀)

"승리의 여신 빅토리아 상이 장식된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은 동·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을 대표하는 이미지 중 하나다. 동독과 서독의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이 모든 것은 이제 기념이 되었다. 하지만 장벽이 세워졌던 선명한 흔적은 독일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문을 자유롭게 드나들기 위해 치러졌던 수많은 희생을 기억하면서. 한 뼘의 폭도 안 되는 흔적을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오기를."-사색이 번지는 곳 독일(백승선/쉼)


   
 
락(樂)

"체코는 극작가(바츨라프 하벨)을 대통령으로 만든 나라다. 체코인들은 춤추고 노래 부르며 사랑하는 낭만적 기질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 더 마음껏 춤추기 위해 사회주의라는 전대미문의 체제를 받아들였으리라. 그 혁명을 회의하며 일어선 '프라하의 봄' 역시 사실은 마음껏 춤추고 노래 부르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세련된 연주가 펼쳐지는 음악당이자 마음 가난한 화가들의 갤러리, 마리오네트가 춤추는 공연장…프라하의 카를교는 그 모든 것이다."-여행자의 독서(이희인/북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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