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국명 경제산업부장
"장기적 성공을 위해 필요한 프로젝트라는 판단이 들면 우리는 무조건 밀고 나갈 것입니다. 무모해 보이거나 이해가 가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더라도 절대 놀라지 마세요."
2004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구글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다. 지난 10년간 구글은 편지에 쓴 대로 저절로 굴러가는 무인 자동차, 대형 풍선을 띄워 오지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 룬' 등 다소 '황당'해 보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구글의 매출은 상장 전해인 2003년 14억7000만 달러(약 1조4900억원)에서 지난해 598억 달러(약 60조6000억 원)로 40배나 껑충 뛰었다.
구글이 또 한번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이어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벤처창업자를 지원하기 위한 캠퍼스를 세운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벤처붐이 한창인 일본,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를 놔두고 구글이 한국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구글은 런던 캠퍼스의 경우 개관 후 1년 만에 274개 스타트업이 3400만파운드(약 570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며 '캠퍼스 서울'의 성공을 자신했다. 국내 예비 창업자 전용의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 멘토링과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구글 네트워크을 통한 해외 진출이나 투자 유치 지원도 약속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자신들이 만든 안드로이드의 개발자는 물론 라이벌인 애플의 iOS 개발자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대인배' 다운 모습이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지 않고 IT시장을 키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구글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소프트웨어 인재 대란'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개발자 인력 부족은 심각한 상태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KT 등 국내 대기업들이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어 인재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는 당장 수익이 발생하는 분야에만 집중하는 근시안적인 투자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금이라도 금고에 쌓아둔 엄청난 현금을 풀어 구글처럼 아무런 제약없이 젊은 창업자들이 마음껏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현해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줄 수는 없을까.
구직자들에게만 도전정신을 강조할게 아니라 국내 대기업 스스로도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 이국명 기자(k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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