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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금융

[박성훈의 IT도 인문학이다] 유배지 제주 IT 성지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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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제주본사 스페이스닷원.

추사 김정희. 조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이면서 글씨 하나로 표준을 만든 글로벌 스탠다드의 얼리어댑터다.

김정희를 김정희로 만든 것은 다름아닌 추사체다. 김정희의 독특한 서체를 그의 호에 빗대 아예 고유명사화한 것이다.

추사는 청년 시절에 청나라의 북경을 여행하면서 구양순, 안진경, 왕희지 등 중국 역대 문필가들의 글씨체를 연구하고 그들의 장점을 모아서 자신의 독특한 글씨체를 서서히 완성했다.

그런데 세도정치가 활개치던 1840년, 그가 50대 중반일 때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제주로 유배를 간다. 추사는 8년간 유배 생활을 하면서 지역민 교육에 헌신했고 제자를 양성하는 등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제주에 몰아치는 태풍, 파도, 폭우에 고꾸라지는 민초의 삶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추사체는 개성이 매우 강하다.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를 보여주는데 이러한 글꼴이 제주의 바람과 파도를 닮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제주의 척박한 환경이 추사체의 '화룡점정'을 이룬 셈이다.

70대에 의병활동을 한 '조선 마지막 선비'로 알려진 면암 최익현 역시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잘못을 지적해 위리안치된 그는 제주에서도 유학의 대가로서 사상의 씨앗을 뿌렸고 이는 훗날 제주에서 일어나는 의병항쟁의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조선시대에 제주는 가장 낙후한 곳이었다. 이른바 정치범 등 사형에 필적할 만한 죄를 지은 사람들을 격리했던 창살없는 감옥이었다.

포털 다음은 2012년 서울 한남동에서 제주시 오등동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제주 현지 고용창출효과를 포함해 10년간 3000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한 다음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제주 이전 효과를 지켜본 NXC(넥슨 지주사), 이스트소프트(알약 개발사) 등은 제주 이전에 동참했다.

'던파'로 유명한 게임개발사 네오플도 2015년에 제주 이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울시민에서 제주시민으로 바뀌는 것에 당황할 수 있는 직원들을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주거, 이사, 초기 정착비 지원은 물론 가족 항공권어린이집배우자 문화생활비 등 직원과 직원 가족의 안정적인 제주 정착을 위한 최상의 복지를 제공할 예정이다.

중국 자본의 러시가 가속화하면서 '중국땅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제주가 한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의 성지로 거듭날 채비를 마쳤다.

  •  박성훈 기자(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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