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율 장중 1010원선 붕괴/연합뉴스
"대부분의 수출업종이 올해 환율을 1050원으로 예상한 상황에서 1000원 이하로 환율이 떨어질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재계 관계자
환율하락으로 국내 수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전자 업종의 경우,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것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10선이 무너진 1009.2원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1008.8원(종가 기준) 이후 6년 만이다.
◆업종별 희비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비중이 높은 전자업계는 환율하락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약화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어느 정도 대비를 한 상황이이서 당장에 영향이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미 해외 주요 지역에 현지생산기지를 구축했고, 결제통화도 달러가 아닌 유로화나 위엔화 등 다변화돼 환율 변동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지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수출 가격 경쟁력과 수입하는 부품, 설비, 원자재 등의 구매 비용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영향은 희석될 것"이라며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본질적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환율 변동 대응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LG전자는 외화자산과 부채 균형을 유지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현지생산기지 구축 등 대안을 마련하는데 애쓰고 있다.
그러나 환율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감소로 인한 실적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환율하락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8조원 장벽마저 무너뜨릴 것"이라고 전했다.
자동차 업계는 이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달 발표한 '원·달러 환율 전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은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42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락폭이 50원가량이면 매출 감소는 2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하반기 자동차 등 수출 주력 업종의 타격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조선업체들도 원화 강세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 조선업체 '빅3'인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은 지금과 같은 환율 변동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 외환위기 이후 '환헤지'를 하고 있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으로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지만 '환헤지'라는 조치를 해놓은 조선업체당장은 환율이 떨어져도 크게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환율이 세자리 숫자(1000원 이하) 단위로 내려가면서 '환헤지' 범위를 넘어선다면 수주 경쟁력이 떨어지며 수출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혹독한 수주불황을 겪는 가운데, 새로 건조하는 선박가격까지 떨어져 현재의 환율하락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반면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은 철광석과 같은 원자재를 싸게 수입할 수 있어 원가절감의 호기로 보고, 환율하락을 반기고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쇳물의 주원료인 철광석과 석탄 등을 수입하는 철강업체들은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수입 원가를 절감할 수 있어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것"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어 환율하락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환율 세자리수 무너지나
향후 관건은 환율 하락세가 얼마나 장기화되느냐에 달렸다. 원화강세의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다. 세자릿수 환율이 임박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에는 환율이 980~1000원선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특히 외환시장의 심리와 정부의 시장개입 의지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향후 환율의 1010원선 지지여부는 외환당국의 개입 의지가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5원 단위로 심리적 지지선이 계속해서 내려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급 여건으로만 보면, 정부가 환율 하락을 용인한다고 했을 때 환율이 900원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수급이 아니라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3분기 환율 전망치를 기존 1125원에서 1020원으로, 4분기 전망치는 기존 1125원에서 1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1분기와 2분기 환율 전망치도 각각 980원, 960원으로 낮춰 잡았다.
반면 환율이 세자릿수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달러당 900원대의 세자릿수 환율은 지난 2008년 7월 11일 이후 단 한 번도 도달하지 않은 영역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한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 활동이 약화됐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도 완화되고 있어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3개월 내 환율 전망을 1030원으로 내놓았다.
그는 "당초 경상수지 흑자 지속과 한은의 매파적인 입장을 고려해 원화가 단기간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 상황과 한은의 입장이 다소 변한 것을 고려하면 환율이 지금보다 더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두탁 김민지 이재영 기자 @metroseoul.co.kr
- 김태균 기자(ksg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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