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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야구장데이트 '응원에 살고 응원에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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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청주에서 인천까지 혼자 응원하러 왔어요. 'LG 20'(LG트윈스를 사랑하는 20대 모임) 회원인데 이 정도는 해야죠. 3년째 지방 원정경기까지 따라다니고 있거든요."

힘들기는커녕 마냥 들뜬 표정이었다.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된 지난달 30일, 인천 문학경기장 앞에서 만난 직장인 김은지(25)씨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 경기가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팬들은 SK와이번스 또는 LG트윈스를 북돋는 '편파 응원' 경쟁에 한창이었다. 혼자 응원하러 온 용감한 여성들은 물론 알콩달콩 신이 난 커플과 패밀리룩을 맞춰 입고 온 가족들도 많았다.

불황의 그늘도, 취업난의 답답함도, 실연의 쓰라림도 이곳에는 없다. 야구 하나로 뭉친 '응생응사(응원에 살고 응원에 죽는다)족'들은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르며 야구장을 생기 넘치는 놀이터로 만들고 있다.

야구에 반한 여성들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혼자서도 기죽지 않고 야구장을 찾는다. 문학경기장 앞에서 한 손엔 피자, 다른 한 손에 치킨을 들고 입장 중이던 직장인 조은애(28)씨는 "남자친구가 바쁘다고 해서 혼자 왔는데 이럴 땐 간식을 미리 준비한다"며 "혼자 온 팬들이 은근히 많아 어색하지 않고, 응원하다보면 금세 친해져 원정경기도 종종 홀로 다닌다"며 웃었다.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조민지(26)씨는 "현장에 와보니 TV로 볼 때보다 더 신나고 들뜬다"며 감탄했다.

후끈한 응원 열기는 패션에서부터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과감해진 '응생응사족'들에게 유니폼룩은 기본이다. 화끈한 가죽 레깅스와 핫팬츠로 멋을 내고 선수의 이름을 딴 머리띠를 만들어 쓰기도 한다. 걸을 때마다 반짝여 밤 응원 때 눈에 띄는 스니커즈는 야구장 전용 신발로 모셔두고 꺼내 신는다.

응원을 더 신나게 하는 먹거리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최근엔 '치맥'(치킨+맥주)에 이어 닭강정과 팥빙수가 응원족들의 사랑을 받는다. 인천문학구장에선 아예 '바비큐존'을 만들어 경기를 보며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게 했다.

응원에도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다. '응원의 꽃'이라 할 떼창의 감동을 느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미리 구단별·선수별 응원가를 연습할 수 있는데, 부르다보면 모두가 하나가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응원하는 팀은 달라도 응원족들의 바람은 비슷했다. 야구마니아 김은지씨도, 아빠·엄마가 돼서도 야구장을 찾는 김재충(35)·권민경(34)씨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부상 없이 활약해줬으면 좋겠네요. 순위에 연연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세요.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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