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민정(39)씨는 한달 전부터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이번 주말에 떠난다. IT 제품 쇼핑도 예정되어 있다. 최근 '엔저 바람'이 불면서 부담이 크게 줄었기 때문. 그동안 눈독만 들여왔던 아이패드에
동생·친구의 부탁을 받은 DSLR·게임기 등의 구매비용을 따져보니 왕복 항공권 비용이 빠지고도 남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일본에서 마음껏 돈을 쓸 수 있다니 꿈만 같아요."
'엔저(엔화약세)의 공습'으로 울상을 짓고 있는
국내 수출·유통·관광 업계와는 달리 '일본 쇼핑족'들에게선 즐거운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불과 1년여 전만해도 비싼 물가 탓에 엄두 내기
힘들었던 일본 쇼핑여행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특히 'IT제품 한두개만 잘 고르면 왕복 항공료가 빠진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말 도깨비 쇼핑을
노리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러니다.
2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을 방문한 국내 여행객이 60% 이상
증가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 이후 위축됐던 일본 여행 수요가 최근 엔저의 영향으로 급증한 것이다. 특히 일본 황금연휴인
골든위크(4월27일~5월6일)가 시작되는 27일 일본행 항공편은 이미 바닥났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최근 엔저 특수를 노린 쇼핑객 증가로
주말에는 일본행 항공편 잡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엔저 정책으로 지난해 6월과 비교하면
환율로만 30% 이상 가격할인 효과가 생겼다.
애플의 태블릿 '뉴아이패드'(64GB·와이파이)는 일본에서 5만4000엔(약
60만4800원)으로 한국(86만원)에서 구매할 때보다 25만 여원 저렴하다. 캐논의 DSLR 카메라 'EOS 60D'도 일본
판매가(8만7000엔·약 97만4000원)가 한국에서 가장 싼 가격인 병행수입 제품(약 130만원)보다도 30만 여원 싸다. 휴대용 게임기인
'닌텐도 3DS LL'는 1만8900엔(약 21만1600원), 소니의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는 2만4700엔(약 27만6000원)으로
한국 최저가보다 5만원이상 싸게 살 수 있다.
일본을 직접 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재팬인사이트, 재팬다사자, 지오패스 등 일본쇼핑몰
포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해외 구매대행 업체도 성업중이다. 해외 배송대행 업체 몰테일의 경우 일본에서 제품을 구입해 국내로 배송을 맡기는
이용자 수가 지난해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김규진 도시바코리아 마케팅 이사는 "엔화 특수를 노리고 일본 쇼핑에 나서는
한국인들의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며 "노트북의 경우 자판 배열이 달라 일본 구매가 어렵지만 카메라·렌즈·게임기·태블릿 등은 가격차가 큰데다
한국에서 사용하는데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현대판 보따리상'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국명·박성훈 기자
kmlee@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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