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의 신'
오지호
팀장 장규직 평범한 회사원과 맞닿아
화려한 애드리브…코믹 연기 물올라
'시즌2' 한다면 부장역
해보고 싶어요
독설을 내뱉던 '빠마씨'가 젠틀한 생머리 '조각미남'으로 돌아왔다. KBS2 '직장의 신'에서 회사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식품회사 와이장의 팀장 장규직 역을 열연한 오지호(37)가 종영 후 극중 트레이드마크였던 곱슬머리를 풀고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가득 머금은 채 촬영 뒷이야기를 쏟아냈다.
# 드라마 연장 없이 끝나 아쉬워
극중 계약직을 구박하는 '밉상'
연기를 펼쳤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았다. 코믹한 면덕분이었지만, 미스김 역의 김혜수와 정주리 역의 정유미가 700만 비정규직을 대변한 것처럼
장규직 역시 하루하루 연명하는 평범한 회사원들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률을 떠나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드라마를 했다는
점에서 기분이 좋아요. 악역이었어도 회사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죠. 물론 극에서 임신한 계약직 사원 박봉희씨를 구박할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답니다."
영화 '미인'으로 데뷔한 후 '내조의 여왕' '추노' 등 여러 인기작에 출연한 15년차 연기 베테랑이지만 이번처럼
분위기가 좋은 작품은 처음이라고 했다. 배우들과의 팀워크가 어느 때보다 돈독해 끝까지 웃으며 촬영했다.
"드라마를 끝내는 아쉬움에
배우들이 제작진에게 먼저 연장 이야기를 꺼냈을 정도였죠.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그런데도 연장없이 끝나서 아쉬워요. 만약 시즌2 제의가 온다면
이번엔 승진해서 부장 역할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 게이 오해받는 재밌는
장면 방영 안돼
현장의 훈훈한 분위기에 힙입어 오지호의 코믹 연기는 물이 올랐다. 평소 대본에 충실해 연기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애드리브를 쏟아냈다. 나중엔 김혜수가 오지호의 얼굴만 봐도 웃을 정도였다. 마지막엔 한참 후배인 그에게 "함께 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극찬을 건넸다.
"드라마를 보면 미스김은 매번 자기 갈 길을 가고 장규직은 뒤에서 혼자 떠들잖아요. 워낙 리액션이 없다보니 어느
순간 나도 내 마음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애드리브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누님이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김혜수에 대해 "혜수
누님이 선장처럼 잘 이끌어줬다. 워낙 카리스마가 넘쳐 보기만 해도 움찔하고 말걸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막상 함께 촬영해보니 화 한번 내지 않고
늘 후배들을 격려했다"면서 "누님이 편하게 해줘서 시너지가 난 것 같다"고 드라마 성공의 공을 돌렸다.
그래서 멜로가 부각되지 못한
점이 더욱 아쉽다. 미스김·장규직의 죽마고우인 무정한 팀장(이희준)과 삼각관계를 이뤘지만 비중이 크지 않았다. 오지호는 "장규직과 무정한의
우정이 더 애틋해보였다. 게이로 오해받는 재밌는 장면도 있었는데, 정작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다.
# 류현진과 '절친'…몸
만들기 집중
드라마 '환상의 커플' '내조의 여왕' 등 유난히 여배우와의 호흡이 돋보이는 코믹 드라마에서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혜수와 처음 만난 이번 드라마 역시 성공적으로 끝났다.
"어떤 사람들은 왜 여배우들을 받쳐주는 역할만 하냐고 묻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다른 작품도 했는데 흥행하지 못했을 뿐이죠. 아직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작품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차기작은 정하지 않았다. 일단 특별출연을 하기로 한 장진 감독의 '하이힐' 촬영과 일본 팬미팅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이후엔 휴식을 취할 겸 메이저리거 류현진을 만날 겸 미국을 잠시 다녀오려고 한다. 두 사람은 야구를 공통분모로 친분을
쌓아 문자를 주고받는 돈독한 사이가 됐다.
그 다음 계획은 '조각 몸매'로 거듭나기다. "지난 1년간 헬스장을 가지 않았어요.
힘들기도 했고, 어느 순간 운동할 시간에 연기에 도움이 되는 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 만들기를 중단했죠. 그런데 지금 같은 배 모양은
처음이라 운동을 다시 좀 해야할 것 같네요. 하하하."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서보형(라운드테이블)·디자인/박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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