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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유머와 액션으로 날린 어퍼컷 '전설의 주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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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복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꿈꿨던 국숫집 사장 덕규(황정민)는 거액의 상금이 걸린 TV 리얼리티 파이트쇼의 출연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나 아내 없이 혼자 키우던 외동딸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켜 합의금을 마련해야 할 상황에 처하고, 어쩔 수 없이 출연해 '깜짝 스타'로 떠오르지만 또 다른 문제들이 그를 괴롭힌다.

덕규와 더불어 고교 시절 '싸움짱' 트리오였던 대기업 홍보부장 상훈(유준상)과 삼류 건달 재석(윤제문) 역시 비루하게 살기는 마찬가지. 삶의 중압감에 허덕이던 이들은 왕년의 주먹들이 총출동하는 '전설 대전'에서 마침내 일합을 겨루게 된다.

10일 개봉될 '전설의 주먹'은 한국 영화계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본연의 장기로 돌아온 작품이다. 초기작인 '달콤한 신부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투캅스' 등처럼, 유머와 액션을 골고루 녹인 드라마로 관객들의 웃음보와 눈물샘을 동시에 자극한다.

2시간 33분이란 다소 긴 상영 시간은 군더더기 없는 화면 전개와 촘촘하면서도 속도감 넘치는 줄거리 진행, 확실한 선악 구분 덕분에 비교적 짧게 느껴진다. 주연 배우들의 몸을 던진 액션 연기도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40대 중년 가장들의 씁쓸한 자화상 및 자존심 회복과 '왕따'로 인한 학교 폭력, 매스 미디어의 천박한 근성 등 우리 사회 각계 각층의 문제들이 씨줄과 날줄로 쉴 틈없이 엮이다 보니 극 바탕의 메시지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단점도 엿보인다. 강 감독 영화의 오랜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여성 캐릭터의 부재 역시 조금은 아쉽다.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의 갯수를 살짝 줄이고 집중하면서, 다양한 성별의 캐릭터들을 곁들였다면 공감대의 깊이 형성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참고로 정웅인이 연기하는 극중 재벌 3세는 몇몇 실제 재벌가 인물들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조한 것 같다. 그리 많지 않은 나이에 올백으로 넘긴 헤어 스타일과 야구 방망이로 직원들의 엉덩이를 때리고 룸살롱에서 난리를 피우는 대목은 사회면 뉴스에서 이미 몇 차례 접한 모습들이다. '있는 자'들에게 돌직구를 던지는 강 감독의 특기가 여전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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