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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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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덕노 푸드스토리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최고의 밥반찬은 오이지였다. 지금은 어느 음식이고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으니 계절음식의 소중함이 예전처럼 피부에 와 닿지 않지만 냉장고가 귀했던 시절에는 집집마다 장마와 삼복더위에 대비해 오이지를 담갔다.

오이지와 관련해 몇 가지 의외의 사실이 있는데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최초의 김치는 바로 오이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가 처음으로 먹었던 저장채소는 소금에 절인 오이지 또는 식초에 절인 오이 피클이다.

일반적으로 최초의 채소 절임은 고대 시집인 시경에 보이는 것을 최초로 본다. "밭두렁에 오이가 있는데 깎아서 절인 후 조상님께 바치자"라는 구절이다. 절인다는 표현으로 김치 저(菹)라는 한자를 썼고 절이는 채소가 오이 과(瓜)였으니 바로 오이지다.

물론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경에 나오는 오이는 지금의 오이와는 다르다. 지금의 오이는 기원전 2세기에 동양에 전해졌으니 시경의 오이는 동아시아에서 토종으로 자라는 참외 종류였을 것이다. 과일인 참외로 오이지를 담갔다니까 지금은 낯설고 이상하게 들리지만 사실 옛날 참외는 과일이자 채소이며 양식이었다.

어쨌든 오이지의 역사는 이렇게 뿌리 깊은데 그중에서도 전통적으로 맛있다고 소문난 오이지가 있었다. 용인 오이지로 해동죽지)에서 조선의 음식명물로 꼽았다. 용인에서 나는 오이와 마늘, 파로 오이지를 담그면 부드럽고 맛이 깊을 뿐만 아니라 국물은 시원하고 단 것이 사탕수수 즙보다도 뒤지지 않는다며 극찬을 했다.

용인 오이지가 얼마나 유명했는지는 18세기 중반, 증보산림경제에는 담그는 법을 별도로 적어 놓았다. 하지만 내용을 보면 소금을 묽게 탄 다는 것, 오이를 반복해 뒤집는다는 것 외에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용인 오이지가 별미로 소문이 났으니 해동죽지에서는 맛의 비밀을 용인에서 재배한 오이에서 찾았다. 지금은 명맥이 끊겼다는 용인 오이지의 맛이 궁금해진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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