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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미리 더위 막아주는 녹두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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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은 보약' 이라는데 요즘 먹는 녹두묵이 그렇다. '동국세시기'에 음력 3월 세시음식으로 녹두묵을 꼽았는데 녹두묵을 잘게 썰어 돼지고기, 미나리, 김을 넣고 양념하면 시원한 맛이 늦은 봄의 별미라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 이맘 때 녹두묵을 먹었을까?

음력 3월은 날씨가 본격적으로 따뜻해질 때로 곧 더위가 몰려온다. 그런데 녹두는 열을 가라앉히는 식품이다.'동의보감'에 녹두는 성질이 차서 열을 내리고 부은 것을 가라앉히며 소갈증을 멎게 해준다고 나온다. 때문에 녹두묵은 여름이 시작되기 전, 더위를 예방해주는 계절음식으로는 제격이다. 사실 동양에서는 옛날부터 여름철에 좋은 음식으로 녹두를 꼽았다. 중국 송나라 황제는 여름에 녹두죽을 마시며 열을 식히고 더위를 달랬을 정도다.

열을 식혀주기 때문에 녹두묵은 옛날부터 좋은 술안주였고 최고의 해장음식으로 꼽혔다. 지금도 전통 음식점에서 술을 마실 때는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으니 안주로 녹두묵 무침이 나오기 때문이다. 별 의미 없이 내오는 반찬일 것 같지만 녹두묵으로 더위를 식히는 것처럼 술로 인해 생기는 열을 가라앉히라는 뜻이다. 일종의 해장 안주인 셈이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술상에 녹두묵 무침이 자주 올라오는 이유인데 정조 때 시인 이옥의 시에도 녹두묵이 술안주로 올라 와 있다.

"안주로는 탕평채(蕩平菜) 가득/술자리에는 방문주(方文酒) 흥건/그러나 가난한 선비의 아내는/입에 누룽지조차도 못 넘긴다"

탕평채는 녹두묵 무침이고 방문주는 경남 밀양의 명주다. 오늘이 음력으로 3월의 마지막 날이고 입하 절기도 지났으니 이제 더워질 일만 남았다.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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