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왕' 열연…워너비로
떠오른 김성령
김성령(46)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고 있다. SBS '추적자'와 최근 막내린 '야왕'의 연이은 성공으로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서다. 뒤늦게 연기자로 주목받으면서 젊은 여배우들도 출연하기 어려운 CF 모델과
버라이어티쇼 MC 자리까지 꿰찼다. 어느새 또래 여성들의 '워너비'로 떠오른 그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아름다움·카리스마
어필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김성령은 인터뷰 몇 시간 전 아이들의 학교에서 진행하는 부모 참관 수업에 다녀오면서 새삼 인기를
실감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반 학부모들이 저마다 "드라마를 잘 봤다"며 부러움 가득 섞인 시선으로 인사해서다.
극중 백학그룹 회장의
장녀로 후계자인 백도훈(정윤호)에게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고 누나로 산 백도경을 열연했다. 이 캐릭터로 40대 중년 여성의 농익은 아름다움과
연기파 배우로서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선보여 대중을 사로잡았다.
1988년 미스코리아 진 당선 이후 91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자로 화려하게 데뷔했고, 수많은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고, 배우보다 미스코리아의 이미지가 강했었다.
"이 나이에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의
관심이 감사한 한편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부담이 되기도 해요. 이제 다가올 작품들을 더 잘 해야죠. 적지 않은 나이에 힘든 촬영을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저 자신을 기특해하고 있어요. 하하하."
하류 역을 맡은 아홉 살 연하의 권상우와 멜로 연기도 펼쳤다.
각자의 길을 간 결말에 대해 "'차도 커플'의 사랑이 이뤄지길 바랐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하류는 며느리 주다해(수애)의 남자라 안 될
일"이라면서 "잠깐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서 좋았고, 다음엔 연하남과 절절한 러브 스토리를 찍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모자로
호흡을 맞췄던 동방신기 정윤호와의 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훈이 누나인 줄로만 알았던 도경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장면을 촬영하면서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삼켰고. 방송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 실제로 두 아이의 엄마였기에 가장 공감가는 대목이었다.
"윤호에게 처음 만난
날부터 누나가 아닌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어요. 나중에 연기할 때 아들같이 느껴지지 않으면 안 되잖아요. '우리는 피를 나눈 사이니 친하게
지내자'고 장문의 문자를 보냈죠. 그런데 윤호는 저를 누나와 엄마라고 번갈아 부르더라고요. 아이돌이라 걱정했는데 참 착한 친구였어요. 보고
싶네요."
# 중년 한류스타
우뚝
동방신기·권상우 등 한류스타가 출연한 '야왕'이 아시아 드라마 팬들에게 사랑받으면서 김성령도 덩달아 새내기(?) 한류스타로
떠올랐다. 얼마 전에는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고소영·이영애 등 쟁쟁한 톱스타들을 제치고 '20대보다 아름다운 40대 최고의 여배우'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처럼 주목받게 된 까닭은 남다른 노력 덕분이다. 지난달 25일 방영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
연기 기본기를 다지기 위해 마흔이 넘어 대학에 들어가 20대의 어린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팬들과의 교류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지금의 기세를 몰아 다음달 7일부터 매주 화요일 밤 11시에 방영될 여성 버라이어티쇼
'스토리온 우먼쇼'의 MC를 맡아 활동 반경을 넓힌다. 뷰티와 패션, 건강, 가정 문제, 자아실현 등 여성들이 공감할만한 주제를 다루는 이
프로그램에서 노하우를 알려주는 등 시청자들의 맏언니 역할을 할 계획이다.
"방송을 앞두고 요즘은 매일
여자의 행복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제 생각에 여자가 행복하려면 자신을 사랑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려면 힘을 길러 홀로 설
줄도 알아야 하죠. 저 역시 고민과 긴장의 연속인 연기를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포기할 수 없답니다."
/탁진현기자
tak0427@metroseoul.co.kr·사진/이완기(라운드테이블)·디자인/원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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