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을 중히 여기는 우리는 설날을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으로 본다. 그래서 차례도 대부분의 국민이 이날 지내고 가족이 모여 차례를 위해 준비한 음식으로 푸짐한 저녁을 즐긴다. 지인들과 함께 연휴기간 중 해돋이 명소도 찾곤 한다.
설 음식에 맞는 와인이 뭔가에 대해서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해법이 나와 있다. 물론 궁합이 맞는 경우도 있지만 마케팅의 일환으로 만들어 낸 억지춘향의 성격도 강하다.
솔직히 필자는 설 음식에 막걸리 또는 동동주, 차례상에 올리는 곡주만큼 적절한 알코올 음료는 찾기 힘들다고 본다. 이탈리아가 원조인 피자 파스타에 이탈리아 토착 품종인 산지오베제로 빚어낸 끼안띠 와인이 제 짝이듯이 우리 명절 고유의 음식에는 전통주가 제격인 게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설날 음식과 와인을 매칭시키기 보다는 식사 이외의 장소에서 여럿이 어울리는 분위기에 걸맞는 와인을 찾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와인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독일의 리슬링이나 캐나다의 비달 품종이 주로 쓰이는 아이스와인은 사람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다. 포도의 수확부터가 어렵다.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다가 섭씨 영하 7도 아래로 내려가면 자정을 넘긴 꼭두새벽부터 손으로 꽁꽁 언 포도송이를 수확한다. 작업은 해뜨기 전까지 이어진다. 날이 새기 전 포도에서 꽁꽁 언 얼음 부분을 압착기로 분리해 내면 당도가 확 올라간 진액만 남는다. 이를 발효한 후 숙성, 병입하면 아이스와인으로 탄생한다.
약 70%를 차지하는 포도알의 수분은 분리된 얼음만큼 줄어드는 게 당연지사. 때문에 아이스와인 한 병을 만드는 데 필요한 포도송이도 몇 배 더 들어간다. 보통 이야기하기를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약 반 병 정도의 아이스와인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수확하는 당시의 날씨에 따라 반 병은 고사하고 한 잔 정도의 양만 나올 때도 있다. 아이스와인을 만들지 못하는 해도 당연히 발생한다. 그만큼 귀한 와인이다.
달면서도 새콤한 산미가 그대로 살아 있고 여기에 화이트와인 특유의 과일향이 풍부해 코와 혀로 전달되는 그 황홀함은 잊지 못할 기억을 선사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나오는 양은 적은데 수요는 폭증하니 와인 업자들은 인공의 아이스와인을 만들어 시판하기도 한다. 포도를 수확해 냉동고에서 얼려 만들어내는 것. '냉동고 와인' 또는 '아이스박스 와인'이라 불리는 이 인공 와인의 가격은 진짜 아이스와인의 20%에도 못미친다. 맛과 향 역시 확 떨어진다. 그래도 싼 맛에 비슷한 분위기를 내기에는 이 또한 그리 나쁘지 않은 와인임은 분명하다.
등산 마니아들은 상당수 설 연휴기간 중 새벽 산을 찾는다. 일출을 보기 위함이다. 관악산이든 검단산이든 일출을 감상하기 좋은 산에 올라 아이스와인을 마셔보자. 잔에서 올라오는 과일향과 꽃향이 찬 공기 속을 퍼져 나간다. 커피만큼 따뜻하지는 않지만 꿀 맛이 가미된 달달함이 입 안에 녹아든다. 추운 날씨 탓에 마시는 느낌도 훈훈하다. 적당한 알코올은 몸을 덥혀주고 와인 안에 녹아 있는 당분은 체력을 보충시키는 에너지가 된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이 둘러앉아 과일로 후식을 즐기며 마시는 아이스와인은 또 어떤가. 과일과 아이스와인의 기막힌 매칭이 화목한 웃음꽃에 일조한다. 연인끼리 단둘이 마시는 아이스 와인도 장소 불문, 사랑을 키운다.
- 메트로신문(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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