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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조민호의 와인스토리]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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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보르도가 원산인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은 천의 얼굴을 가진 마법사다. 줄여서 캡(Cab, 이하 캡으로 표기)이라고 부르며 일부 소믈리에는 카쇼라고도 일컫는다.

캡은 포도알이 작다. 식용 포도의 절반도 안된다. 게다가 껍질은 두껍다. 껍질에서 우려내는 탄닌이 풍부하기 때문에 장기 숙성용 와인 제조로는 최고다. 캡은 대표적인 만생종으로서 늦은 가을에 수확하므로 추운 기후에서는 재배하기 어렵다. 온대 기후가 적당하며 특히 가을의 따가운 햇볕을 듬뿍 받으면 거의 설탕 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당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완전 발효하면알코올 도수도 높아지고 풀바디의 좋은 골격을 가진 와인으로 변신한다.

보르도 메독은 최고의 캡 와인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자갈이 많아 배수가 잘 되는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캡의 맛과 향을 우려낸다. 5가지의 품종을 블랜딩하는 이곳은 나폴레옹3세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앞두고 최고의 와인을 5개 등급으로 나누었다. 여기에 포함된 61개 와인 모두가 캡을 주 원료로 사용한다. 물론 와인마다 캡의 비율은 다르다. 가령 1등급인 샤토 무통로칠드는 캡의 비율이 85%, 샤토 라투르는 80%, 마고는 75%, 라피트 로칠드의 경우 70%를 섞는다. 20년 이상 숙성된 최고 빈티지의 와인은 병당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캡은 세계 각국으로 퍼져 나가면서 그 모습을 천차만별로 변화시켰다. 나라의 기후에 따라서도 달라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품질의 차이는 재배와 양조 과정에서 나뉜다.

가지를 덜 치고 재배하면 품질은 떨어지지만 대량의 캡 와인이 생산된다. 칠레의 경우 고급와인은 메독 와인에 버금가지만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캡 와인도 대량 생산한다. 신세계 와인 생산국이 대체로 칠레와 대동소이하다.

껍질에 포함된 색상과 탄닌을 우려내는 과정을 침용(maceration)이라 하는데 침용 기간을 단축시키면 탄닌이 덜 우러나와 떯은 맛이 줄어들고 따라서 오래 숙성할 필요가 없어진다. 6개월 내외의 숙성만으로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캡 와인이 탄생한다. 관개 농업으로 당도를 떨어뜨리면 알코올 도수도 낮아져 미디엄바디로 변신한다. 프랑스와 같이 관개농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국가도 있지만 신세계 와인 생산국은 비교적 허용의 폭이 넓다.

캡 와인은 적자색이며 오래 숙성할 수록 갈색이 더해진다. 아로마는 블랙커런트 블랙베리 등 검붉은 계통의 과일 향이 강하며 삼나무향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장기 숙성이 진행되면 초콜릿 바닐라 가죽향도 더해진다.

스테이크 요리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는데 이는 단백질 및 지방과 탄닌이 상호중화 작용을 해 주기 때문이다.

  •  조민호 편집국장(m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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