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서울
종로2가에 위치한 중고책 전문 알라딘 서점 종로점. 점심을 먹고 짬을 내 책을 사려는 직장인과 인근 어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이 몰리면서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 '오늘 들어온 책' '6개월 신간' 코너는 제법 기다려야 책을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학 휴학생인 이원희(24) 씨는 "새책 가격 대비 많게는 50%, 적어도 25% 싸게 살 수 있어 좋다. 요즘은 교보·영풍문고
가기 전 이곳에 먼저 들러 구입하려는 책이 있는 지 확인한다"고 말했다.
중고 제품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장기 불황 시대를 살고 있는 소비자들이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불경기에 맞서 중고품 활용 비중을 높이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알라딘의 경우 '지금이 IMF때 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매년 30%씩 매출이 늘고 있으며, 지난
5월 건대점을 오픈하면서 2011년 9월 1호점(종로점)을 연 지 19개월 만에 전국 14번째 매장을 확보했다. 영업점이 2곳만 더 생기면
오프라인 최강인 교보문고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자동차도 중고가 대세다.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2011년과 지난해
신차에 더블 스코어 승리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는 이어져 중고차는 350만대, 신차는 140만대가 내수용으로 팔릴
전망이다.
국내 1위 중고차 업체 SK엔카 홍보팀 임민경 팀장은 "중고차라는 점만 다를 뿐 품질과 디자인, 내구성에서 신차와 큰
차이가 없다. 취·등록세와 같은 부대 비용을 반값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것도 중고차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중고 스마트폰
거래사이트 아이템스토리에서는 아이폰4(16G)를 32만9000원 판매하고 있다. 전문 감정사의 인증을 마친 이 제품은 새것과 견줘도 크게 흠
잡을 데가 없다.
최신 시리즈인 '아이폰5'는 30% 할인된 73만원, '아이폰4S'는 반값인 45만원에 살 수 있다. 갤럭시,
옵티머스 시리즈 역시 60%이상 저렴한 가격에 만날 수 있다.
중고제품 카페 '중고나라', 친환경 중고백화점 '리싸이클시티' 등도
날이 갈수록 소비자가 몰리는 상황이다.
주목할 것은 중고품 소비 비중이 커지는 패턴이 선진국으로 갈수록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2012년 까지의 각 나라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중고 아이템 대표라 할 수 있는 자동차의 경우 영국은 신차와 중고차
판매 비중이 1:3.2로 나타났다. 중고차 3대 팔릴 때 신차는 1대가 판매된다는 얘기다.
미국은 1:3, 스위스는 1:2.6으로
나타났고 중국의 경우 1:0.2로 신차 구매 비중이 압도적이었다.
리싸이클시티 관계자는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아져 새 것을
사는 게 부담스럽다는 고객이 많다. 새 제품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중고 시장도 활성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훈기자
zen@metroseoul.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