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양도세 한시적 비과세 혜택 종료를 앞두고 분양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더 이상 부동산시장을 반전시킬 만한 모멘텀이 없어 내년을 걱정하는 건설사들의 목소리가 높다. 매년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년이 최대 고비'의 현실화를 앞두고 건설업계가 당면한 문제점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몇 년 사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공략이 잇따르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한 수익구조의 안정화를 꾀하기 위함이다.
이에 올 들어 현대건설이 해외건설시장 진출 48년 만에 누적수주액 1000억 달러 돌파라는 대기록을 세웠는가 하면, 삼성물산은 업계 처음으로 연간수주액 125억 달러를 달성하는 등 대한민국의 건설사를 새로 쓰고 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기 마련. 국내 경기 침체를 피해 진출한 해외사업에 오히려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불과 10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해외건설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우리 업체들이 뛰어 들었다는 지적이다.
◆지역·공종 편중,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54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562억 달러에 비해 줄어든 금액이지만 4년 연속 500억 달러 이상의 수주고를 기록했다. 이로써 우리나라 해외건설 누주수주액 6000억 달러 돌파도 눈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됐던 중동·플랜트 위주의 수주도 개선됐다. 올해 지역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여전히 중동이 225억 달러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지만 아시아와 태평양·북미지역도 각각 220억 달러와 62억 달러에 이르렀다.
또 신규 국가로의 진출도 활발해 대림산업이 오만·헝가리·리비아·라오스 등 4개국에서 처음으로 수주했고, 현대건설은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우간다 시장의 문을 열었다. 삼성물산은 보스니아, 모로코, 호주에 GS건설은 카자흐스탄과 캄보디아 등을 개척했다.
공종별 현황 역시 산업설비(플랜트)가 310억 달러로 수주액이 가장 컸으나 토목(166억 달러), 건축(51억 달러) 등도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지역 및 사업 다각화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앞으로 벌고 뒤로 밑져, '빚 좋은 개살구'
하지만 해외건설시장의 속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해외에서 현재와 같은 성장세가 시작된 것은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다. 지금은 대형건설사 한 곳의 연간수주액에 불과한 100억 달러를 돌파한 게 2005년(109억 달러)의 일이다. 이후 2008년(476억 달러) 400억 달러를 달성하고, 2010년 716억 달러를 기록했다.
100억 달러에서 700억 달러로 가기까지 고작 5년 밖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당연히 과열 경쟁에 따른 저가 수주와 수익률 저하라는 문제가 뒤따랐다. 현장 및 리스크 관리, 클레임 해결 능력 등이 급증하는 일감을 뒤쫓지 못해서다.
실제,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저가 수주로 3분기까지 적자를 냈고, 심지어 GS건설은 부도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에 GS건설 허명수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그만뒀고, 삼성엔지니어링 박기석 사장도 교체됐다.
문제는 해외사업에 따른 부실이 올해 GS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지난 9월 '2014년 해외건설 잠재리스크 최소화를 위한 긴급토론회'를 통해 "내년 해외건설 공사에서 공기지연과 공사 지체보상금 등으로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공사 규모가 40억700만~195억6000만달러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금융위기 이후 단기간에 급속히 해외건설시장이 성장하면서 공사수행능력이나 리스크 관리 등이 아직 안 되는 업체들이 많다"며 "경험을 통해 이런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중동의 경우 국내 업체뿐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과도 경쟁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지는데 당장 손 쓸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업체간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중장기적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선옥 기자 pso9820@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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