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영일선에 복귀하자 마자 그룹 내 싱크탱크인 SK경영경제연구소에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찾거나 그룹의 성격 자체를 새롭게 혁신하라"는 특명을 최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CJ와의 빅딜(CJ헬로비젼)도 성사시켰다.
SK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외에서 굵직한 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데다 기업들의 현금 동원능력도 확충돼 M&A가 새판짜기의 수단으로 매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M&A를 위한 자금은 물론 전문 인력까지 확보할 만큼 적극적이다.
◆내년 재계판도 바꿀 M&A 큰 장 선다
16일 산은경제연구소, 자본시장연구원,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기업 가운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영업이익으로 이자를 못 갚는 것)인 한계 기업은 2009년 12.8%(2698개)에서 지난해 말 15.2%(3295개)로 늘었다.
이미 금융(대우증권·우리은행·KDB생명), 통신(씨앤엠), 시멘트(쌍용양회) 등 대형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코웨이, 동부제철, 동부익스프레스, 두산DST 등도 기업들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진해운·현대상선 합병' 등 조선·해운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를 정리한 '삼성-한화 빅딜', '롯데-삼성 빅딜' 등과 같은 대기업 간 자율적 사업 재편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탄도 넉넉하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3·4분기 시가총액 상위 300(제조업 기준)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약 128조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약 32조원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현금성자산 비중은 2015년 8.1%로 최근 10년 동안 최고 수준이다. 2011년 -1.2%였던 매출액 대비 잉여현금흐름도 1.4% 수준까지 회복했다.
정부도 국내 M&A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후속대책으로 M&A 시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M&A시장의 큰 손으로 꼽힌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올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적잖은 M&A를 성사시켰다.
이재용 부회장은 비디오 관련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셀비를 시작으로 사물인터넷(IoT) 개발 업체 스마트싱스, 시스템 에어컨 유통업체 콰이어트사이드, 모바일 프린팅 업체 프린터온을 인수했다. 특히 지난 2월 루프페이 인수는 이 부회장의 M&A 행보 중 백미로 꼽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CJ헬로비전에 이어 OCI머티리얼즈까지 굵직한 M&A를 잇따라 성사시켰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공격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는 SK그룹이 M&A를 통해 그룹의 체질 변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M&A시장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그룹이 M&A로 큰 그룹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1월 삼성그룹의 방위산업과 화학 계열사 4곳을 사들이는 '빅딜'을 발표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한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엔 굵직한 M&A 경험이 있는 임원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M&A는 혁신과 생존 문제
글로벌 포춘(Global Fortune) 1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고경영자(CEO)들은 기업 M&A의 주된 목적으로 '혁신(Growth)'과 '생존(Cost Reduction)'을 꼽는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한 대마불사(大馬不死)식의 외형성장보다는 기존 주력사업의 영역 내에서 성장과 보완적 M&A전략이 73%를 차지한 것. M&A가 생존이란 설명이다.
산은경제연구소 조경진 연구원은 "중국, 일본 등이 해외 M&A를 통해 미래성장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국내업계의 대응이 절실하다"면서 "향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레저, 소프트웨어 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부터 뿌리 뽑아야 한다는 지적이 적잖다. M&A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대기업들이 진행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모투자펀드(PEF) 중심의 M&A가 이어지면서 인수 매물에 한계가 생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리스크 우려 및 부정적 인식에 대한 부담으로 M&A를 꺼리면서 PEF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글로벌 IB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 육성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된다.
아직까지 이같은 크로스보더(국경 간) M&A를 자문할 수 있는 국내 금융회사가 흔치 않다. 역량도 떨어져 이를 뒷받침 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그동안 국내 기업의 크로스보더 M&A는 골드만삭스나 JP모건, 씨티,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IB들이 도맡아 왔다.
일각에서는 환경은 무르익었지만 국내 기업들이 과거 M&A 실패의 트라우마(심리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금융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추가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낭패를 봤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뒤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재매각하기도 했다.
'경제 금융' 카테고리의 다른 글
LoL 2015 올스타, LCK 힘으로 '팀 파이어' 우승 (0) | 2015.12.17 |
---|---|
'안전 또 안전' 범죄예방 시스템 셉테드 인증 단지 주목 (0) | 2015.12.17 |
올해 편의점,'혜리도시락' 등 PB가 먹여살렸다 (0) | 2015.12.17 |
국내 최대 자선냄비 등장…제2롯데월드에 '2층 높이' (0) | 2015.12.17 |
윈저 더블유 레어 목넘김 굿 (0) | 201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