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아파트에서 가족과 함께
단란한 나날을 보내는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존재를 밝히지 않았던 형의 실종 소식을 접하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형이 살던 낡은 아파트를 찾은 성수는 그곳에서 딸과 함께 사는 허름한 행색의 가정주부 주희(문정희)로부터 "당신의 형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제발 좀 말려달라"는 얘기를 듣는다. 어렸을 적 모종의 사건으로 낙오자가 된 형이 자신을 찾아올까봐 두려워진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발견했던
정체 모를 기호가 집 현관문 옆에 새겨진 것을 보고 경악한다.
14일 개봉될 '숨바꼭질'은 일종의 '도시 괴담'이다. 인신 매매와
장기 적출 등 최근 인터넷과 SNS를 기반으로 떠돌고 있는 "…카더라" 통신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대도시의 사각지대로 내몰리고 있는 소시민들의
공포가 반영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거울속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에 할리우드 스릴러가 자주 다뤄왔던 익명의 침입자로부터 고통받는
중산층 가족 이야기를 뼈대로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와 강박증에 시달리는 남자 주인공을 앞세워 호러적인 느낌까지 가미해 두 세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으려 한다.
문제는 출발은 이처럼 나름대로 참신하고 중반까지의 줄거리 전개도 꽤나 박진감이 넘치지만, 성수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범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동력을 잃어버린다는데 있다.
극의 숨은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낡은
아파트의 미로같은 구조를 좀 더 치밀하고 음산하게 묘사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 아파트에서 무슨 일이 또 일어날까'란 궁금증을 계속 유지하게
이끌었어야 했다.
또 수시로 던지는 단서들을 촘촘하게 엮지 않고 관객들이 범인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칠 만큼의 강렬한
'한방'이 없어, 과연 '반전의 공감대' 형성이 이뤄질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손현주를 비롯한 주요 출연진의 몸을 던진
열연과 1시간 47분의 적당한 상영 시간은 무더위를 쫓기에 그런대로 제 기능을 다하니, 굳이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면 여름철 피서용 스릴러로
가볍게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15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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