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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필름리뷰:절망 대신 희망 얘기하는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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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어느날, 초등학생 소원(이레)은 학교앞 골목길에서 술 취한 아저씨에게 끌려가 변을 당한다. 공장 근로자인 아빠 동훈(설경구)과 문방구 주인인 엄마 미희(엄지원)는 생업을 접다시피하며 딸의 치료를 위해 애쓰지만,소원은 다친 마음을 좀처럼 열지 않는다. 이들 가족에게 평안했던 일상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다음달 2일 개봉될 '소원'은 입에도 담기도 불편한 유아 성폭행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지금까지 이같은 소재를 다룬 외국 영화들은 꽤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장르 영화에서 자극적인 이야깃거리로만 활용됐을 뿐,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고통과 치유 과정을 담담하게 어루만지는데는 다소 소홀했다. '소원'이 다르게 느껴진다면, 사건 만큼이나 등장인물들의 상처 극복에 초점을 맞춰서일 것이다.

극중 소원의 일상 복귀 과정이 중요하게 그려지는데, 눈물 범벅의 동정어린 시선으로만 접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바로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이 가진 특유의 '허허실실' 연출력에서 비롯된 미덕이다.

이 감독은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스타'가 그랬듯 어깨에서 힘을 뺄수록 좋은 결과를 얻곤 했다. 감정이 최고조에 이르는 장면에선 오히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는 시선이 대표적인 장기로, 이번 영화에서도 여실히 빛을 발한다.

주요 출연진의 고른 호연은 눈물샘을 자극하다가도 간간이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미희를 보살피는 영석 엄마 역의 라미란은 대단히 경제적인 코믹 연기로 쉼표를 찍는다. 12세 이상 관람가./조성준기자 wh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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