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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연예

[필름리뷰-하이힐]차승원·장진의 누아르답지 않은 누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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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하이힐' 차승원

장진 개성, 차승원 감성과 시너지…복합장르 묘미는 못 살려

영화 '하이힐'은 누아르답지 않은 누아르다. 장진 감독의 개성 있는 연출은 거친 남자 영화에 감동을 더한다. 차승원의 연기는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작품은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강력계 형사 윤지욱(차승원)이 운명을 뒤바꿀 사건에 휘말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차승원의 눈빛 연기가 인상적이다. 윤지욱은 다부진 몸 곳곳에 철심을 박을 정도로 싸움에 능하며 조폭이 두려워하는 전설적인 형사다. 그의 마초 기질은 제2의 자아인 여성성을 감추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사회적으로 금기된 '비밀'을 대하는 차승원의 조심스러운 눈빛이 관객을 슬프게 한다. 교회에서 "신의 뒤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공감을 자아낸다. 그의 여장이 코미디로 보이지 않는 이유다.

정제된 액션이 재미를 더한다. 최근 국내 영화계의 대세는 날 것의 싸움이다. 그러나 작품 속 차승원의 우산 및 클럽 액션 장면은 세련됐다. 특히 우산 액션은 조직의 2인자 허곤(오정세)과 윤지욱의 첫 만남에서 그려진다.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우산 하나로 10여 명 이상의 조직원을 혼자 상대하는 그의 모습에 허곤은 경외심을 느낀다.

장진 감독의 연출은 새로운 누아르를 완성했다. 결국 여성이 되지 못한 윤지욱의 옆엔 '하이힐'이 버려져 있다. 성 담론을 다룬 상업 영화는 드물다. 여성의 상징인 '하이힐'로 감독은 진한 여운을 준다.

그러나 복합 장르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 영화는 윤지욱의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오고 가며 전개된다. 트랜스젠더와 청소년 윤지욱의 동성애가 주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에선 탄력적이다. 그러나 윤지욱이 조직과 대립하게 되는 과정이나 그를 영웅화하는 장면은 지루하다. 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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