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의장이 12년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은 이 의장이 일본 도쿄에서 25일 열린 라인 전세계 이용자 3억명 돌파 현장에 참석한 모습. /네이버


"라인 3억명 돌파 사실이 꿈인 것 같아요. 일본에서 너무 고생하다보니까 이런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싶네요.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나 조심스러우면서도 정말 뿌듯합니다."

'은둔의 경영자' '황제 경영' 소문에 휩싸인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겸 라인 주식회사 회장이 12년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25일 일본 도쿄 시부야 라인 주식회사에서 열린 '라인 전세계 이용자 3억명 돌파' 기념 행사가 그 무대였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이날 오후 2시35분께 이용자 3억명을 돌파했다. 2011년 6월 출시된 이래 29개월만에 기록한 수치다. 이 의장은 3억명 돌파 기념 행사 후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장에 참석해 성공적인 해외 진출 소감을 밝혔다. 

이 의장은 "한국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에 나가겠다는 꿈이 늘 있었다"면서 "그 신념을 이루기 위해 5~6년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 진출이 실패하더라도 내가 후배 벤처 기업인들에게 의미있는 징검다리라도 되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매진했다"면서 "벼랑 끝 심정을 겪었을 때 놀랍게도 라인이란 성공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라인 이용자 3억명 돌파 소감을 '꿈'에 비유했다. 이 의장은 "오늘 라인 3억명 돌파가 현실이 아닌 꿈만 같다"면서 "일본에서의 사업이 괴로워 술을 많이 먹고 그랬다. 너무 고생하고 안되다 보니까 라인 3억명 돌파란 바람이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의장은 자리에 앉지 않고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잡은채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오늘 가슴 벅차다. 라인의 성공이 있기까지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의장과의 일문일답. /도쿄=장윤희기자 unique@metroseoul.co.kr



- 약 12년만의 공식 석상 참석이다. 세간에서 '은둔의 경영자' '황제 경영'이라 불릴 정도다.

= 어느 순간 이미지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은둔한 적 없다. 은둔 경영자란 회사 일을 안 하거나 뒤에서 회사를 조종한다는 뉘앙스인데. 나는 그동안 일본에서 사업 하느라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사회적 문제 발언이나 대외 활동에 서툴다. 주변 조언에 따라 내 장점에만 치중하기로 했다. 바깥 활동 활발히 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닌 것 같다. 약 5년 동안 일본에서의 사업이 너무 안되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인터뷰, 대외 활동보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일이 내 몫이라 보았다. 이것이 나의 은둔에 대한 변명이라 생각해주면 좋겠다.



- 네이버가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 구체적인 부분은 김상헌 대표가 설명해주실 것이다. 내 선에서 답하자면 1999년 네이버가 처음 시작했을 때 네이버는 야후와 라이코스 등 해외 포털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약자였다. 하지만 순수하게 실력으로 싸워서 여기까지 올라왔다. 정부 도움 받은 적도 없다. 지금 벌어지는 현 상황에 적어도 역차별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구글과 페이스북의 공격이 매섭다.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힘써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네이버는 PC 시장 1위에 안주하면 안 된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네이버는 빈 손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장 상황이 급변해서 네이버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네이버는 매년 위기를 넘기고 있다. 다 직원들 덕분이다.



- 오늘 '라인'이 전세계 이용자 3억명을 돌파했다. 라인만의 강점은?

=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지만 서비스의 질과 디자인 감각, 사용자 만족면에서 우수하다고 본다. 문제는 중국이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페이스북 등의 회사도 막대한 자금으로 경쟁을 붙이고 있다.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보다 서비스를 파는 건 뼈저리게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무형의 서비스로 해외에서 성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라인같은 성공사례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후배 벤처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 라인 3억명 돌파란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3억명의 숫자는 큰 의미가 있다. 우리가 얼마나 잘 싸울지 두렵지만 많은 응원 부탁한다. 



- 한국에서는 라인이 큰 반응이 없는데.

= 한국은 카카오톡이 워낙 강하다. 라인의 국내 가입자 수가 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카카오톡을 꺾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당분간 더 기회가 큰 곳에 투자하지 않을까 싶다. 되도록 국내보다 해외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 10년 후에 어떤 기업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 구체적 모습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IT 산업이 너무나도 빨리 바뀌기 때문에 10년 후 모습을 내다보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5년 후 조차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예측 못한다. 노키아,닌텐도,MS의 위상이 이렇게 추락할 지 몰랐다. 다만 해외에서 인정받는 국내 기업이 늘어나는 데 네이버가 징검다리 역할을 하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라인 이용자 3억 돌파를 축하하기 위해 여기까지 찾아주어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라인이 세계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내 시간을 계속 투자할 것이다. 라인이 더 잘 되어서 오늘 이 순간이 의미있는 기억이 되도록 보답하겠다. 많이 지켜봐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