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의 신'이 '가왕' 신드롬을
이어받았다. 이승철(47)이 4년 만의 새 앨범인 정규 11집 발표를 앞두고 수록곡 '사랑하고 싶은 날'을 미리 공개해 음원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자기만의 색깔과 음악적인 고집을 과감히 벗어던진 그는 조용필의 열기가 채 가시기 전에 또 한번 관록의 힘을
과시중이다.
▶젊은 피 수혈로 원래 스타일 탈피 18일 출시되는 11집은 선공개 곡인 '사랑하고 싶은 날'을 비롯해 타이틀곡
'마이 러브'와 힙합 스타일의 '늦장 부리고 싶어', 레게풍 여름 음악 '비치 러브' 등 다양한 스타일의 트렌디한 음악들로
채워졌다.
"'슈퍼스타K' 심사위원으로 많은 후배와 시청자의 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안정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노래보다
제 스타일에서 벗어나더라도 더 트렌디하고 새로운 느낌을 주려고 했죠."
4년 만의 정규앨범에 아마추어 학생들을
참여시킨 것도 눈길을 끈다.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08학번 학생들이 만든 '늦장 부리고 싶어' '40분 차를 타야 해' 등 두 곡을 실었다.
"학생들에게 40곡 정도 받았는데 수준이 굉장히 높았어요. 30곡 정도는 당장 드라마 OST로 써도 흥행할 수 있을 정도였죠. 아주 신선한
발견이었고, 이 친구들과의 공동 작업을 계속해 볼 생각이에요."
철저히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곡 순서 배치는 팬클럽 회원들에게
맡겼다. 30명의 회원을 녹음실로 불러 전곡을 들려준 뒤 투표로 10곡의 순서를 정했다.
"음악 모니터는 스무 살인 큰 딸에게 주로
시켜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그런지 인트로를 제대로 못들어요. 조금만 연주가 길어져도 지루해하죠. 그러다 보니 전체적으로 비트가 빨라지게
됐어요. 녹음도 보통 한 두 테이크로 끝내는데 이번에는 최상의 감성을 끌어내기 위해 일곱 여덟 번씩 녹음을 했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욕구로 수업료도 톡톡히 치렀다. 40명 이상의 작곡가들로부터 60곡의 노래를 받고, 캐나다에서 모든 녹음을 마쳤다. 그러나 영어로 된
노래를 번안해 불렀을 때 한국적인 분위기를 살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모든 작업을 엎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제작비는 5억원이 들게
됐다.
▶용필 형님 대단해요!
주위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젊은 감각을 찾는데만 힘을 쏟은 것은 아니다. 10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조용필의 활동은 무엇보다 큰 자극이 됐다.
"음악 자체에 영향을 받기 보단 이번 음반 활동 방식에 충격을 받았어요.
젊은 시도를 하고 많은 사람이 이를 인정하고 환영한다는 자체가 충격이었죠. 아이돌 음악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대중이 그런 음악에 시시함을
느끼지 않았나 생각해요. 아티스트에 대한 존경이 다시 생긴거죠. 후배들 앞에 이정표를 다시 만들고 홀연히 자기 길을 가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존경스럽고 부럽고 배우고 싶어요."
끝으로 '사랑하고 싶은 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빼놓지 않았다. 아내로부터 "노래 주인공이 누구냐"는 말을 들었을 만큼 깊은 감성을 실어 부른 곡으로 "부르던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이런 감정을 느낀 곡은 '마지막 콘서트' 이후 두 번째다. 갑자기 예전의 추억이 떠올랐다"고만 말해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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