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텔레그램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 /페이스북 파벨 페이지
2012년 대선 직전 러시아 국민은 모스크바에서 연일 시위를 했다. 이유는 한 가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당선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푸틴은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뒤 2004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3선 금지 원칙 탓에 2008년에는 총리로 물러났다. 물론 이때도 허수아비 대통령을 내세워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푸틴은 법을 바꿔 대통령 3선 금지 조항을 사실상 없애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본색을 드러냈다. 2012년 대선 후보로 나서 '차르'(옛 러시아 황제)의 부활을 예고한 것이다.
푸틴의 의도를 본능적으로 파악한 러시아 국민은 크렘린궁 앞 광장을 점령하고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행진을 했다. 한때 구 소련 붕괴 후 발생한 반정부 시위로는 최대인 12만명이 모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푸틴은 경악했다. 그와 동시에 '저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뜻을 같이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했다.
답은 간단했다. 1억명의 가입자가 활동하고 있는 러시아판 페이스북 '브콘닥테(VK)'였다. 이에 푸틴은 브콘닥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던 파벨·니콜라이 두로프 형제에게 도움을 청한다.
반정부 시위대의 명단과 메시지, 개별 페이지 삭제 등을 요구한 것이다. 지난해 러시아 정부는 급기야 이들 형제에게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주동자의 개인정보를 요청했고 이를 거절한 두로프 형제는 카리브해의 작은 나라로 망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SNS 검열·사찰'이라는 아픔을 너무나 잘 알았던 두로프 형제는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텔레그램은 사용자가 나눈 대화를 암호화 해 남이 들여다 볼 수 없도록 했을 뿐 아니라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아 압수수색과 같은 일을 당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서버를 유럽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독일에 둬 검열 논란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동병상련이라고 했던가. 국내 모바일메신저 대표 브랜드인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들이 서서히 텔레그램으로 둥지를 옮기고 있다.
검찰이 카카오톡과 같은 SNS에 대한 사이버 검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이버 망명' 붐이 일고 있는 셈이다.
평범한 사람이 검찰의 검열을 받을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검찰을 포함한 제3자가 자신과 친구의 대화를 엿듣는다면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카톡 사찰 논란 10여일 만에 국내 텔레그램 가입자 수는 3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로프 형제는 한국 유저가 급증하자 당황했지만 최근의 한국 뉴스를 접한 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한국 국민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안정을 위해 자유를 포기한 자는 둘 중 어느 것도 가질 수 없다. 우리는 사생활 유출에 대한 모든 잠재적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강력한 암호화를 연구하고 있다."
- 박성훈 기자(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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