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금융

결국 쫓겨나는 '샐러리맨 신화'…강덕수 STX 회장 채권단에 의해 사실상 퇴출

반응형
대한민국 샐러리맨과 재계,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자산(24조원) 기준 재계 13위인 STX그룹 강덕수 회장이 채권단의 압박으로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대다수 현 대기업 오너와 다르다. 상고와 야간대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다니던 회사(쌍용중공업·현 STX중공업)를 자신의 돈으로 산 CEO이자 오너인 만큼 살아있는 '샐러리맨 신화'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STX조선해양 채권단이 박동혁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을 STX조선해양 새 대표이사로 추천함에 따라 퇴진이 임박한 상황이다.

9일 이사회와 2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변이 없다면 강 회장은 직함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룹 지주사인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의 대표이사직은 유지할 수 있지만 채권단이 돈줄을 쥐고 있어 '완전 퇴진'은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 야간대 핸디캡 딛고 오너로

강 회장은 월급쟁이 사이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통한다.

인맥과 스펙이 출세 조건인 한국 사회에서 탁월한 업무 감각으로 30대에 부장으로 승진했고 1995년 쌍용중공업 이사, 2000년 쌍용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승장구했다.

강 회장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단문형·순한글 공채 광고를 만드는 등 기획과 마케팅 분야에도 두각을 드러냈고 사원 채용 면접을 직접 화상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평소 지인들에게 "월급쟁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일을 맡으면 내가 오너"라고 말한 것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다.

IMF로 쌍용그룹 경영난이 악화되자 당시 쌍용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였던 강 회장은 전 재산을 밑천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월급쟁이에서 오너가 된 그는 2001년 STX를 만들었고 선박엔진을 중심으로 조선업, 해운업 등으로 사업을 늘리며 재계 13위까지 사세를 확장했다.

STX는 출범 10년만에 2011년 매출 100배 성장, 임직원 수는 900명에서 6만7000명으로 75배나 증가했다. 경쟁기업 입찰가의 2배를 써내는 화끈한 인수전은 업계 전설로 남았다. 전 세계가 놀란 성장 속도와 업계 최고 대우 등으로 국내외 유수 인재들에게 STX는 '신의 직장' 중 하나였다.

하지만 STX 성장 엔진이었던 강 회장의 공격적인 투자는 2009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그룹 추락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매출의 90%가 해외에서 나오는 STX의 수익구조는 최대 약점이 됐고 과도한 인수합병(M&A)에 따른 부채 증가는 추가 수주를 어렵게 했다.

이번 퇴진 사태는 '채권단과 STX노조', '샐러리맨과 금융계'의 대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 채권단이 인사압력 월권논란

노조는 법정관리가 아닌 자율협약을 체결한 만큼 채권단이 경영·인사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월권행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채권단은 그동안 STX에 들어간 돈만 5조원이고 앞으로도 3조원의 혈세를 써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던 대기업은 없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강 회장에게 '패자부활전'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채권단에서는 미래에 들어오고 나가야 할 돈에 초점을 맞춘다. 설립한 지 12년된 STX가 주요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성훈·장윤희기자 zen@metroseoul.co.kr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