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시내에 있는 황룡사지는 총면적이 거의 7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동양최대급 사찰 터다. 다만 지금은 건물 한 채 남아 있는 것이 없고 그저 건물과 탑 등이 있던 자리를 알려주는 돌기단 뿐이다. 모든 건물을 짓는 데 거의 백 년이나 걸렸다는 대역사였지만 지난 13세기말 몽골군 침입 때 일순간에 모두 불 타버린 탓이다.
그래도 절 터 한복판의 기단 규모를 보면 황룡사의 옛 영화를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 중 압권은 아파트 30층 높이에 해당하는 80미터짜리 '9층 목탑' 흔적이다. 탑을 9층으로 올린 이유는 1층부터 차례로 일본과 중국, 오월, 탁라, 응유, 말갈, 단국, 여적, 그리고 예맥 등 이웃하는 9개 나라로부터 시달림을 받지 않게끔 해달라는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와 같은 '호국 의지'가 녹아 있는 황룡사가 조만간 다시 모습을 드러낼 지도 모른다. 오는 2016년 황룡사 담장과 회랑 재건을 시작으로 2018년에는 9층 목탑과 금당, 강당 등을 다시 짓겠다는 것이다. 복원하려는 것이 비단 황룡사만은 아니어서 경주 시내의 월성과 동궁, 월지, 월정교 등을 2025년까지 12년간 9,450억원을 들여 재건하겠다고 한다.
여기서 문제는 9층 목탑은 물론 황룡사 복원의 모델이자 목표로 삼을 원래의 황룡사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이미 모습을 드러낸 월정교 등도 마찬가지다. 당시 건물의 구조적 특성이나 재료에 대한 자료 등도 거의 없다시피 해 결국 '상상 속의 복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복원 그 자체의 당위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불에 타 사라진 지 7백 년도 더 지난 사찰을 과연 오늘 이 시점에 복원해야 할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필요성이 있는가,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다시 지은 황룡사는 문화재라기보다 일종의 관광상품에 불과하지 않느냐 하는 등의 의문들이다.
과연 '상상 속의 복원'일지언정 황룡사를 복원해야 할까? 아니면 마치 이탈리아의 콜로세움이나 폼페이 유적처럼 폐허 그 자체로서 지나간 시대를 증언하게 하는 것이 옳을까? 답은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문화재 복원과 관련한 진지한고민의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 메트로신문(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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