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
서울 사직동에 있는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사진)은 원래 도서관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었다. 알록달록한 겉모습과는 달리 '사직동팀', 즉 청와대의 특명사건을 담당하던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가 입주해 있던 건물이다.
사직동팀의 역사는 1972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현옥 당시 내무장관이 "미국 FBI와 같은 조직을 만들라"로 지시하면서 경찰청의 전신인 치안본부 내에 '특별수사대'가 창설된 것이다. 애초 설립 목적은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기업인들의 외화 해외도피와 같은 청와대의 직접 하명 사안들에 대한 정보 수집에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는 한결 같이 보여준다. 한 조직에 과도한 힘이 집중되면 전횡이 일어난다는 것을. 결국 창설 4년만인 1976년, 특별수사대는 청와대의 하명 사건을 맡는 '특수1대'와 치안본부의 자체적인 기획수사를 담당하는 '특수2대'로 분리된다. 그 특수1대가 바로 지금의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건물에 둥지를 틀었던 일명 '사직동팀'이다.
문제는 그렇게 조직이 분리된 뒤에도 권력 남용이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은 말할 것도 없이 유력 정치인과 기업인, 심지어 승려들까지 데려가 고문을 하고 때로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다. '남산'(안기부)과 '남영동'(치안본부 대공분실), '서빙고호텔'(보안사 서빙고분실) 등과 함께 오랜 기간 악명을 떨쳤다.
그렇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개혁이 이뤄졌을까? '특수 2대'는 경찰청의 공식적인 '특수수사과'로 바뀌었고 '특수 1대'인 사직동팀은 지난 2000년 들어 폐지됐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 2010년,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을 최소 3년 동안 불법적으로 사찰해온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요즘엔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 그리고 그에 대한 경찰의 수사 축소·은폐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늘 촉각을 세운다. 심한 경우엔 사찰 및 정보기관을 불법적으로 동원하는 일도 서슴지 않으며, 그 '권력의 그림자'들은 언제든 '괴물'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일상적인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이유다./'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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