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이길 수 있을까? 자본이 약속하는 욕망을 거부할 방법이 있긴 한
걸까?
"타고난 아름다움과 우아함이야말로 하늘이 내린 가장 희귀한 보석이라오." 랑탱은 가짜 보석 앞에서 기뻐하는 아내에게 점잖게
타이른다. 하지만 아내는 "전 보석이 너무 좋아요"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어느 겨울밤, 그녀는 폐렴으로 세상을
뜬다.
"1만5000프랑 정도 나갑니다. 어떻게 입수하셨는지 정확히 알려주셔야 우리가 살 수 있습니다." 아내와의 사별 이후 생활이
곤궁해진 랑탱은 가짜 보석 가운데 제법 그럴싸한 것을 골라 보석상으로 가져갔다가 충격을 받는다. 잘해봐야 8프랑 정도나 받겠지 했던 기대와는
전혀 딴판인 세상이 열린 것이었다. 당연히 그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아내가 이 보석들을 어떻게 갖게 된 거야? 모파상의 단편 '보석'의 반전
대목이다.
랑탱은 보석이 진짜로 판명됐을 때 좋았을까, 싫었을까? 그는 '다시 생각할 겨를을 갖지 않으려고' 보석가게로 도로 들어가
보석을 죄다 판다. 무려 19만6000프랑이라는 거액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보석상 주인은 "본래 임자가 저축한 돈을 몽땅 보석에 투자했나
보군요"라고 농처럼 말하자, 랑탱은 진지하게 대답한다. "돈을 모으는 덴 아마 이 방법도 괜찮을 겁니다." 그의 삶은 곧 흥청망청해진다. 정숙한
여자와 재혼을 했지만 이전의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녀가 성품이 좀 까다로워 랑탱의 삶이 고통스러워졌다고 하나, 그건 행실 반듯한
여자와의 삶이 이제는 그에게 맞지 않는 옷이 돼버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랑탱의 삶은 이미 부패해버렸다.
무엇이 진정한 보석인지
안다고 믿었던 랑탱의 윤리는 보석의 '가격' 앞에서 순식간에 해체돼버린다. 보다 많은 소유는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부르주아의 유혹은 오늘날
우리의 일상이다. 이때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일까? "어떻게 입수했는지 정확히 알려줄 수 있을까?" 랑탱이 묻기를 피했던
생각이다.
'부의 기원과 자본 축적의 과정'에 눈감도록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 논리와 교육이다. 자본과 욕망이 윤리를 붕괴시키는
시작이 여기서 비롯된다. 랑탱의 아내에게 보석을 준 자들은 어떻게 그토록 부자가 됐을까? 이 물음을 불온시하는 사회는 결국 랑탱을 닮아가게 될
것이다. 제대로 던지는 질문은 이미 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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